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봉숭아꽃물을 들인다. 밤이 되면 곱게 찧은 봉숭아를 들고 TV 앞에 앉아 손톱을 싸맨다. 이불에 묻을까 일회용 장갑을 낀 채 만세를 하고 하룻밤을 잔다.아침에 일어나면 중요한 수술을 한 환자가 결과를 보려고 조심스럽게 붕대를 풀듯, 양말과 장갑을 하나씩 벗으며 잘 들었는지 살핀다.여름과 가을을 지나 초겨울까지 아름답던 손톱이 마지막으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이 시골의 생활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다섯 시가 넘자 눈이 떠진다. 주섬주섬 겉에 우의까지 챙겨 입고 호미 들고 밭으로 간다. 우의를 입는 이유는 모기나 다른 벌레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다. 덥다는 것이 흠이지만 일단 안전하게 내 몸을 보호한다. 풀들은 자고 나면 생긋 웃으며 곡식으로 갈 영양분을 빼앗아 간다.
지난주 언론보도에서 ‘대한민국이 '20-50 클럽'에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하였다.’고 하면서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 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고, 향후 5년 내 1인당
"애국가는 국가 아니다." “애국가는 국가로 정한 바 없다.” 뜬금없이 이석기가 한 말이다. 참으로 교육자인 나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40년 동안이나 제자들에게 애국가를 열심히 가르치고 힘차게 부르라고 그렇게 강조를 하였으니 말이다.우리나라가 국가가애국가가 아니라니 제정신인가? 세계 어느 나라나 주권 있는 나라는 국가가 있다. 국가는 나라를 상징한다
동서울 행 버스를 탔다. 외사촌이 고회를 넘긴 나이에 사위를 본다고 해서 축하도 해주고 서울 구경도 하고 싶어서이다. 신록의 녹음 속에서 흙밭은 바쁘다. 생명을 싹 틔어 저마다의 끼와 사명을 발휘하려는 열정은 대지를 달군다. 나역시 그에 뒤질 새라 선택된 씨앗을 가꾸기 위해 제초작업에 손마디가 트도록 호미질을 했다. 어느 생명인들 소중하지 않겠냐마는 내가
한 방울의 눈물이 많은 이의 가슴을 적셨다. 호흡기를 떼어내자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가족들이 소리내어 울자 아버지도 소리 없이 울었다. 말 없는 눈물은 작별의 아쉬움을 말했다.하늘길을 가다 돌아서서 떨군 눈물은 병실을 적시고, 세상을 적셨다. 그러나 의료진은 눈물이 아니라고 했다. 눈에서 흘러나온 물이라고 했다.눈물은 눈에서 솟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서
초록이 무성한 계절이다. 교복을 입은 상큼한 여학생들을 볼 때마다 작년 5월에 교생실습을 했던 일이 생각나 미소가 지어진다.말갛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걱정과 설렘 속에 첫 출근을 하였다. 정문에 들어서자 화단에 곱게 핀 꽃들이 학생들의 앳된 얼굴처럼 환하고 예뻐 보였다. 동쪽 끝에 별도로 마련된 사무실 문을 열자 동료교생들이 일어나 인사를 한다.
지난 5월 14일부터 21일까지 7박 8일 동안 일본을 다녀왔다. 2012학년도 교장자격 선진국 교육체험연수로 갔다. 일본의 고베, 구라시키, 히로시마, 기타큐슈를 거쳐 후쿠오카까지 남부지방을 거의 체험하고 다녔다. 그 기간 중에 고베시 교육청과 히로시마교육청, 그리고 고베총영사관을 방문하였다. 그중 가장 관심 있게 본 곳은 고베시립초등학교와 히로시마시립초
떠나면 행복해진다. 길 위를 달릴 때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영월 사는 친구의 초대를 받고도 미루기만 했다. 사소한 일들이 나를 잡아둔다.그러던 차에 울산 사는 친구가 소식도 없이 찾아왔다. 둘 다 역마살의 주인공들이다. 의기투합한 우리는 영월로 향했다. 법흥사란 절이 있어 행복하고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가 있어 가슴 아픈 곳. 내가 생각하는 영월이다. 친구
49일 동안의 회향기도가 끝나는 백중날이라 친정엄마를 모시고 칠장사에 갔다. 아침까지도 간간히 내리던 비가 멈추고 구름까지 걷히고 해가 비치니 날씨가 더워진다. 법당 앞의 마당에는 법회가 열리고 있었고 예불을 드리는 사람들과 등산을 왔다가 들른 사람들로 북적였다. 법당 안에 들어가니 오늘따라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아 자리마저 비좁다. 공양을 올리고 가족들의
스승의 날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스승의 날은 교육자들의 축제의 날이어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에 교육자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져 버렸다. 올 스승의 날에도 역시나 교육자들에게는 스승의 날이 즐겁지 않게 되었다. 스승의 날을 코앞에 앞두고 교사가 학생에게 맞아 실신한 사건이 터졌다. 지난 5월2일 부산 금정구 모 중학교에서 박모 여교사가 이
직원들 손에 이끌려 스크린 골프 연습장을 갔었다. 처음 만져보는 골프채로 기본자세를 익히고 힘껏 휘두른 티샷에 경쾌한 소리로 맞아 멀리 날아가는 공을 보며 어린 시절 자치기를 하며 놀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스친다.자치기는 동내 아이들끼리 패를 나누어 할 수 있는 공동놀이다. 공 대신에 작은 나무막대를 치는 놀이로 준비물은 간단하다. 60㎝ 안팎의 약간 굵은
“여보, 당신 바람난 것 아니야?” 요즘 내가 남편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싱글벙글 미소만 지을 뿐이다. 얼마 전 나는 휴대폰을 바꿨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겨우 휴대폰을 바꾸는 나는 가끔 휴대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또, 일을 하지 않으면 휴대폰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의 아내는 며칠째 골골한다. 올해로 마흔 여덟을 먹는 그녀가 나이 먹기가 힘들었던지 연초부터 병치레다. 원래 덩치가 없고 체격이 마르긴 했어도 지금껏 잘 버티어왔다. 지난해 말에는 얼굴 전체가 열꽃으로 뒤덮이어 그를 놀라게 했었다. 의사는 면역력이 떨어져서 오는 현상이라고 했다. 몸이 보내는 경고였던 것이다. 휴식을 취하라는 메시지를 무시한 채 또 무리를
잠자리에 누워 TV를 켜자 드라마가 방영중이다. 배경은 법원 앞, 성형 수술비를 대달라고 전화한 얄미운 시누이에게 지금 이혼했으니 이젠 남남이라며 큰소리로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외도하는 남편과 헤어진 여자의 표정이 어둡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오늘은 동서의 생일이었다. 며칠 전부터 동서의 생일날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어느 해 인가
팔이 아파 한방 병원에 치료하러 다니면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용두산 생각이 났다. 치료에 진전이 있어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산은 옛 고향을 찾아온 듯 설렘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진료가 끝나고 등산을 시작했다. 등산화를 갈아 신고 예전에 하던 대로 성큼성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 체력이 형편없이 저하되어 있었다. 숨이 차고 다
요즈음 매스컴이나 각종 신문 지면에 불신의 온갖 뉴스거리가 판을 친다. 정치권이 으뜸이요, 경제계, 공무원, 종교계까지 믿을 수 없는 불신의 비리가 터져 나온다. 거기다가 요즈음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종 비리와 불신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사회로부터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들이 진흙탕싸움을 하고 있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콩으로 메주를 쒀
여행은 출발 전 한 달간의 설레임과 여행 후 추억을 간직하였다가 순간순간 꺼내볼 수 있는 행복감이다.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할 수도 있고, 함께 한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즐거움이 된다. 이런 행복은 저금을 하듯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꺼내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재산으로 남기도 한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의 방문으로 낯선 사람과 낯선 환경이
요즈음 학교폭력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나타난 결과가 아니다. 가정교육이 사라지고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다보니 이기적인 사회로 갑자기 변한 뻔한 결과이다. 오래 전부터 생긴 문제점이 골마 터진 것이다. 또한 가정은 있으나 가족이 없고 가족간의 소통이 사라진 결과이다. 부모의 희생이 없이 자식을 돈에 의존하여 위탁하여 기르려다 보니 가
나는 운동장을 걷고 있다. 퇴근해서 운동을 나서면 해는 모습을 감춘 뒤다. 귀에는 mp3이어폰을 꽂고 세상의 소리와 차단한 채 잰 걸음으로 걷는다. 하루 중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아들이 군대 간 뒤로 mp3는 내 차지가 되었다.오늘따라 혼자가 아니다. 내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그림자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불빛이 무심코 지나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