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빔밥을 참 좋아한다. 사시사철 언제 먹어도 물리지 않을 만큼 좋지만 여름철에 먹는 비빔밥은 일미중의 일미라 할 수 있다. 빨간 고추장과 녹색채소의 색감이 잘 어우러진 그것은 보는 것 만으로도 입맛이 돋는다. 매콤한 비빔밥 한 그릇에 오이 냉국까지 한 사발 곁들이고 나면 포만감에 행복하고 더위도 잊을 수 있으니 더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비빔밥은 잡곡
아침에 샤워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안녕하시오? 추석명절 잘 보내셨드래요? 나 중국 황씨인데 10월말에 중국으로 들어가요”황씨 아저씨는 몇 년 전 지인의 사무실에 갔다가 알게 된 분이다. 그때 그 분은 허름한 옷차림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오셨는데 서류가 미흡하였다. 사무실 여직원은 외국인등록소에 가서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얼마전 방송된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는 ‘남자, 그리고 하모니’ 마지막 편이 방송되었다. 제7회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에 참가한 32명의 합창단원은 이날 장려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합창(合唱)은 여러 사람이 여러 성부(聲部)로 나누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말한다. 각 성부를 한 사람씩 부르는 것을 중창, 모두가 한 성부를 부르
샛노란 물감을 풀어놓으면 그리 빛깔이 곱고 처연할까. 가을 은행나무 아래에서는 감히 다른 어떤 빛깔도 고개를 내밀어 고운 척 입도 벙긋 못할 것 같은 도도함이다. 좀처럼 떨궈낼것 같지 않던 도도함도 깊어가는 가을바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을까.바람이 세차게 불어 은행나무를 바라보는데 아! 한 잎도 남기지 않았다. 마치 구름 한 점 없는 텅 빈 하늘처럼 빈가지
이른 아침 산책길이 촉촉하다. 채 가시지 않은 어둠을 타고 내리는 자욱한 안개가 옷 깃을 적신다. 길가의 논에 빼곡하게 솟아 있는 벼 이삭에 수정 같은 이슬이 가득 맺혀 있다. 슬쩍 건드리기라도 하면 금새 수줍은 눈물 방울을 뚝 떨어트릴 것만 같다. 이슬이 하도 맑고 아름다워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들여 다 보니 그 곳에 꽃이 만발하다. 벼 꽃이 활짝 피었
그렇게 더위에, 장마에, 태풍에 야단법석을 떨더니만 어느덧 가을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또한 우리민족 최대명절인 한가위를 일주일정도 남기고 있다. 가끔씩 교무실에 가을편지가 왔다고 들어온 빠알간 고추잠자리가 형광등 불빛에 밖으로 나가질 못해 파르르거린다. 참으로 상큼한 날씨이다. 한가위 때 전국에 흩어져 사는 피붙이들을 만날 기대감에 가슴도 두근거린다. 하
친구에게 받아 모아놓은 오래된 편지 첩을 펼쳤습니다. 편지를 읽다보니 그 친구가 몹시 그리워 친구란 낱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친구: 오래두고 정답게 사귀어온 벗) 사람은 누구나 가까운 벗이 있기 마련입니다. 나이가 같은 또래친구, 어린 시절을 뛰어놀며 함께 자란 코흘리개 친구,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 굳이 동갑이 아니어도 진심으로 마음만
난겨울은 유난히 길고도 험했다. 눈도 많이 내렸고 날카로운 바람에 추위도 매서웠다. 쏟아 붓는 듯한 폭설에 비닐하우스는 맥없이 주저앉았다. 복숭아의 성목(成木)이 동사(冬死)했고 사과나무는 꽃눈이 얼어서 망가졌단다. 겨우 버텨주고 있는 시설 채소마저 일조량이 부족한 탓에 앉은뱅이 마냥 생육이 멎었다. 농민들의 긴 한숨이 골짜기 골짜기로 넘친다.지난밤에도 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저울에 올라간다. 잠자는 남편이 혹시라도 볼까봐 살짝 저울을 화장실 쪽으로 옮겨 놓고 살며시 올라가 본다. 살과의 전쟁을 시작한지 1년이 되어간다. 작년 지독히도 더웠던 날에 아파트 놀이터 앞에서 꼬마와 마주쳤다. 난 언제나 주민들을 보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를 한다. “안녕! 오늘 많이 덥지?&r
난 산 오르는 것을 참 두려워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한 달에 두세 번씩 등산을 했었지만 결혼을 한 후 처음으로 덕유산을 올랐을 때 나의 온 몸은 풍선처럼 부어있었다. 그 뒤로도 몇 번 산행을 시도해 봤지만 그때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중도에 포기를 하곤 했다. 며칠 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MBC여성강좌에서 산행을 한다는 데 같이 가지 않을
육년전 우리가족 앞에 닥친 현실은 너무도 암담했다. 그때 남편이나 내심정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 같은 느낌으로 참담했다. 아마도 벼랑 끝에 내몰린 기분이 그랬을 것이다. 좀 더 잘살아보고자 시작했던 라면 대리점과 생수대리점, 부족한 자본으로 시작한 대리점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월말이면 대금결제를 해야 하는데 미수금으로 깔린 대금들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토종 음식 맛이 그립듯이 옛 길이 그립고 궁금할 때가 있다. 오늘 같이 마음이 여유롭거나, 허전한 생각이 들 때면 구불구불한 옛길이 좋아서 이따금 한번씩 찾는다. 지나온 삶이 묻어 있고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자주 찾게 되는 것은 훌쩍 지나버린 세월의 아쉬움과 그리운 마음이겠지 싶다. 오늘도 박달재 꼭대기의 장승 옆에 나 또한 장승이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어린아이 때부터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거짓말을 안 해 본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거짓말은 사실과 조금도 틀림이 없는 말, 거짓없이 참되고 바름, 즉 참말과 왜곡이나 은폐나 착오를 모두 배제했을 때에 밝혀지는 진실
얼마 전 우리 집 애견 방울이가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모두 죽고 말았다. 그 이유가 나 때문인 것 같아 가슴이 너무 무겁다. 방울이가 새끼를 낳은 다음 날에 우리 부부는 이틀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아이들에게 밥은 어떻게 주는지, 그리고 절대 집을 들여다보면 안 된다는 것도 일러주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밥을 주려 들여다 보니
산악회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올랐던 산은 험하기로 유명한 조령산 이었다.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느낌을 어떻게 말과 글로 표현 할 수가 있을까.우리 일행도 정상에서 준비해온 김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다른 일행들도 00산악회 라는 깃발을 들고 정상에 올랐다는 쾌감으로 떠들썩 했다. 부부인 듯 보이는 중년의 산악회원들, 대자연이 빚어놓은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땅에 삽을 꽂은 다음 잠시 허리를 편다. 시선을 먼 곳에 두고 제자리에 서서 한 바퀴 돌아본다. 빈약한 내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가섭산, 그 큰 품의 자락마다 흘러내린 주름, 그 주름 주름마다에는 온통 복사꽃이 한창이다. 벚꽃철이면 인파가 출렁이는 명소와는 달리 이곳은 한가
운동을 시작했다. 밥맛이 좋아 당기는 대로 먹다보니 체중도 함께 늘어났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오른다. 안되겠다 싶어 헬스장을 찾아 3개월 치를 지불했다. 그동안 등산이나 하천변을 돌며 조깅하듯이 하는 운동은 많이 해 보았다. 하지만 돈을 지불하고 하는 운동은 처음인지라 굳게 마음을 먹고 시작을 했다. 첫날은 트레이너에게 운동하는 순서와 방법을 배웠다.
시어머니 팔순(八旬)을 맞이하여 온 가족들이 모였다. 어머님 동생들인 외삼촌과 이모들 그리고 2남 3녀의 자식들이 자리했다. 직계 가족만 모였는데도 부부에 아이들까지 참석하니 식사를 하려고 모인 가족 수가 꽤 많았다. 맏이인 어머님을 보고 외삼촌들은 누나가 어느새 팔십이 되었냐고 한다. 시어머님은 젊어서는 고생이 많으셨지만 그래도 노후에는 자식들 다 무탈하
날이 갈수록 사회적으로 항상 심각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흑백논리다. 흑백논리란 모든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득과 실 등의 양 극단으로만 구분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아니하려는 편중된 사고방식이나 논리를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무조건 중립보다는 극단적으로 결정해야 설득력이 있고 결단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런 흑백논리로 인한 갈등의 결과
내 몸이 부실하여 단골처럼 찾아가는 읍내 한방의원에 들렀다. 접수를 해놓고 기다리는데 50대 초반쯤 돼 보이는 여인이 치료를 마치고 원무 일을 하는 젊은 여자에게 진찰비를 지불하고 나가면서 “언니 수고해요” 한다. 순간, 나는 깜깍 놀랐다. 두 여자를 얼핏 보아도 첫째 딸 같은 나이 차이가 되어 보인다.50대쯤 되는 여인이 나가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