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직후에 나타나는 현상들

BC 3세기에 중국을 통일한 진시왕은 인간의 욕망인 부귀와 명예와 금은보화를 모두 얻었다. 그러나 세월이란 좀 벌레는 서서히 진시왕의 육체를 괴롭혔고 이 좋은 세상이 아까워 不老草를 구하려 하였으나 끝내 죽고 말았다. 長壽의 비결은 세월을 아끼는 것이다. 長壽와 平安은 항상 같이 가야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복중에 가장 좋아하는 복이 장수의 복이요 물질의 복이다. 오래 사는데 물질이 없어 고생해서도 안 되고 금은보화는 가득한데 병치레를 하거나 단명해서도 복이 없는 것이다.

옛말에 고생이 끝나니까 죽는다는 말이 있다. 장수는 시간이라면 평안은 공간이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평안이 없으면 괴로울 뿐이다. 그래서 장수와 평안은 한 쌍으로 같이 가야한다. 시간은 길게 살아야 하고 마음과 몸은 평안해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 남을 사랑할 줄 모르고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려 들면 세상은 자꾸 자기를 괴롭힌다. 자신은 작아지고 세상은 거대해 져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점점 고통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세상과의 싸움을 그만 둔 사람에게는 문제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과거처럼 그 문제와 씨름하거나 싸우려 들지 않는다.

8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평소 건강하셨던 N씨의 선친은 남들과 다툼이란 것을 몰랐고 두 형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다 시피 했다. 자신의 노후와 자식들에게는 그로 인한 경제적인 고통과 부모와 자식과 姑婦(고부)간에 불협화음까지 잦게 되었다.
어느 날, 그의 선친은 ‘빛바랜 사진이 싫다’ 시며 영정사진을 새로 찍어 오시더니 농을 뒤져 전에 입던 옷들을 일일이 만져보곤 하시었다. 그리곤 깊숙이 감춰 두었던 통장과 도장을 꺼내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갖고 있어라”며 비밀번호와 도장을 모친에게 건넸다. “이 양반이 왜 이래! 죽을 때가 되었나?”받아든 통장 안에는 6.25참전용사들에게 매달 입금된 돈이 한 푼도 쓰이지 않고 고스란히 저축돼 있었다.
그날 새벽, 가슴이 답답하다며 잠자리에서 일어난 선친은 가족들을 깨워 '병원에 좀 데려다 달라'하셨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선친은 미처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운명하셨다.

선산에는 묘지들이 중구난방으로 빼곡히 박혀 있어 묏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유족을 대신하여 산신제를 정성껏 올린 후 주위에 놓인 여러 기의 묘에도 술 한 잔씩 올리며 ‘망자를 각별히 잘 모시고자 하니 좋은 자리를 點穴해 주십시오.’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 덕이었을까! 풀 섶을 헤치자 N씨의 모친 묘까지 쓸 수 있는 두 자리가 확보되었다. 토질과 토색도 얼마나 부드럽고 곱던지 이 자리가 지금까지 남아 있었던 것은 N씨의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했다.

남편으로 인하여 생전에 고생을 많이 하셨던 그의 모친은 평소 ‘고향 근처와 남편 옆에는 절대로 묻히지 않겠다.’며 입버릇처럼 하셨다. 그랬던 모친이 장례를 마치고 나자 ‘그 옆에 내 자리도 마련해 달라'하여 가묘도 마련해 드렸다. 그날 큰며느리는 장지에서 처음으로 시어머니에게 ‘어머니’라 부르게 되었고, 가족들 간에 불편했던 모든 관계도 일순간에 사라지게 되었다. 49제가 지난 지금, 무릎이 아파 일어서기조차 힘들어 하던 모친은 두 시간을 걸었는데도 아픈 것을 모르겠다 며 '새 세상을 만난 기분'이라고 하셨다. 그동안 부모에게 베풀지 못했던 효를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은 너무도 아름답다.
자신으로 인해 아내와 자식들에게 고통만을 남겨 주었던 N씨 선친! 땅에 묻히는 그 순간부터 생전에 못 다한 복을 자손들에게 안겨주기 시작한 것이다.

喪中이나 장례를 치르고 나서부터 불화가 일기 시작하는 집안들이 있는가 하면 그 순간부터 평안해 지는 가정들이 생겨나는 사례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들이다. 그 이유는 생전에 망자가 살아 온 삶의 과정에서도 기인되지만 묏자리의 좋고 나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들이기도 하다. 초는 자신을 태워 어두움을 밝히고, 나뭇잎은 떨어져 썩어 뭉그러져야 만이 새로운 싹의 밑거름이 된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과 같이 내가 잘 살고 잘 죽을 때 내 후손들은 나를 밑거름으로 삼아 잘 살게 되는 것이다.

한국수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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