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재록 시인(국제pen클럽회원)

 

그곳에 가면 그것이 있었다

뉘 소망의 상징 같은 거울이


삶이란 서로 기대며 섰다가 누웠다가 굽혀

각진 고비에서 새기는 네모진 거울이라고

멍든 궤적을 말며 나름대로 풀어내면

알 수 없는 자라고 고갯짓만 갸우뚱

그러거나 말거나

그곳에 가면 그것이 있다고 또 비춘다


그랬다 원래 깨알 같은 그 많은 사연

혹한의 역풍도 차라리 파고의 환희라

들로 개울로 그러다가 산으로 솟아, 아니

더 높은 그곳 무한 창공으로 올라

총총 별로 박히는 푸른 광채


그곳에 가면 그것을 또 비추었다

울며 웃으며 그렇게 초연히 올랐던 고뇌와 환희

멀기도 했고 어둡기도 했었다


세월이란 오라오라 가라가라 했던가

모질게도 굽이진 계곡 돌고돌아 열 한번째 또 돌아가는 목

울컥 치미는 빛의 화살 뜨겁기도 해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이보다 더 큰 기쁨일 수 없는

오직 오름으로 설레이는 교신. 다시

갈기를 세워 거울에 비춘다

 

<본보 창간 11주년 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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