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연


가정의 달인 5월은 월초부터 행사의 연속이다. 5월 5일은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겹쳐서 오전에 설성공원 행사에 참여했다가 미타사로 갔다. 미타사에서 개최하는 어린이 사생대회에도 참석하고,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며 연등을 달았다. 힘들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기 일주일전부터 나는 두 아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의도적으로 얘기하고 카드도 꼭 쓰라고 강요하였다. 막상 어버이날이 되어서 선물을 받지는 못했지만 일찍 일어난 둘째는 선생님이 시킨대로 큰 절을 하고 사랑의 하트를 보내더니 덥석 안기었다. 학교에서 쓴 카드도 주었다.


큰 애는 저녁 때 카네이션꽃 세 송이를 사왔다. 엄마가 선물은 사 달라고 했는데 돈은 없고, 월요일마다 주는 일주일치 용돈 3,000원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을 한 셈이었다. 한 송이는 외할머니 몫이었다. 아침에 달아 드려야 하는 카네이션을 저녁때 준비했지만 외할머니까지 생각한 아들의 마음이 기특하였다. 그 밤에 음성으로 가서 엄마께 뒤늦은 외손자의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모처럼 엄마가 웃으셨다.


지난 스승의 날은 3일간의 연휴였다. 전국 70%정도의 학교가 스승의 날을 연휴로 정하였다고 한다. 촌지문제로 정한 연휴라는 보도에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스승의 날 하루 쉰다고 촌지문제가 해결되는 건지 의심스럽고, 각박해진 세상의 한 단면을 보는 듯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는 제자에게 정을 쏟는 스승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가까이에는 우리 큰 아이 담임선생님이 그런 스승이시다.


5학년인 아들은 스승의 날 20여일 전부터 파티를 한다고 들떠 있었다. 반친구들과 깜짝파티를 열기로 했는데 풍선은 자기 담당이라 준비를 해 달라고 했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들이 스스로 선생님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만큼 선생님이 아이들과 대화도 잘 통하고 정신적인 교감을 했기에 가능하리라는 생각에 흡족했다.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난번 종이접기로 반 아이들에게 카네이션카드 특강을 해 준 적이 있다.


그 때 보니까 그 반에서는 학습부진아와 공부 잘하는 아이를 1:1로 연결하여 친구가 공부를 조금씩 봐 주도록 하고 있었다. 부족한 부분은 나머지 공부도 시키고 아이들이 빌려갈 수 있도록 표준전과도 준비하고 칭찬과 격려의 회초리를 적절히 사용하는 선생님이시다. 아들을 통해서 사제간의 정을 느끼며 5학년 6반 B선생님께 존경과 고마움을 담아 정성스레 카네이션꽃을 만들어 보내 드렸다. 드디어 어제 5월 17일에 스승의 날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케익도 준비하려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비싸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만 듣고 아무것도 듣지 못했기에 무척 궁금하다.


소파 방정환선생님께서 만드신 어린이날에도 의미가 있고,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니와 소녀의 유래가 담겨있다. 스승의 의미를 되새겨 볼 겨를도 없이 올 해 스승의 날은 휴일로 퇴색해 버렸다.

연보라빛 라일락향이 꽃비되어 흩날린다. 내년에는 스승의 날이 의미를 되찾고 ‘스승에 은혜는 하늘 같아서......’라는 노래가 5월 15일의 하루를 라일락향처럼 물들이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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