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풍수를 신봉했던 Y씨의 할아버지는 열두 명의 지관으로부터 자문을 받아가며 명당을 찾던 중 충북 괴산에 선영을 마련할 수가 있었다. 선영이 준비되자 할머니의 묘를 그곳으로 이장한 할아버지는 몇년 뒤 세상을 떴고 유언에 따라 자손들은 할머니와 합장을 해 드렸다. 유난스럽던 할아버지의 뒷바라지에도 불구하고 싫은 내색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선친이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떳다.

내가 처음 그곳에 갔던 것은 3년 전으로써 Y씨 모친의 묏자리를 잡아주기 위해서였다. 유족들은 선친과 합장을 원했고 두개의 수맥이 十자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선친의 묘를 수맥을 피한 자리로 이장을 하면서 모친을 합장해 드렸었다. 10년 된 선친의 시신은 탈골이 안 된 상태에서 끈끈한 액체에 쌓여 유족들을 놀라게 했었다. 그 당시 “선친의 묘에도 문제가 있지만 두개의 수맥이 흐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합장 묘지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함께 이장할 것을 권고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묏자리가 과연 어떤 자리이던가! 한둘도 아닌 열두 명의 지관들로부터 '천하명당'이란 감결을 거친 자리가 아니었던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두 분의 숙부는 유명하다는 지관만 있으면 수시로 불러 묘를 보였고, 그 누구하나 '명당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이가 없었을 정도로 천하명당이 아니었던가! 이장하라는 말에 기가 막힌 두 분의 숙부는 ‘수맥이니 이장이니 하는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말라'고 일침했다. 숙부들이 그러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또 있었다. 큰 숙부는 교육감선거에 출마도 하였을 정도로 도내서는 꽤나 알려진 분이었고, 막내숙부는 국가 기관의 현직'국장'에다가 자손들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부모님 묘가 명당이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곳을 두 번째로 간 것은 2006년 6월초로써 모친 돌아가신지 3년 만에 암으로 세상을 뜬 Y씨의 伯兄(57세) 묏자리 때문이었다. 선영에는 지난번에 보이지 않던 새로 조성된 묘가 눈에 띄었는데, 알고 보니 당시 조부모의 묘 이장을 권고하던 나에게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큰 숙부의 묘라 했다. 사돈댁에 조문을 갔다가 장례식장에서 갑자기 쓰러진 숙부는 그길로 세상을 떴고 장례를 치룬지 1년 되었다고 했다. 묘지를 감정해 보면 우환들이 손금 보듯 훤히 보인다. 그러나 자신이 잘 나간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일수록 믿지 않으려는 현상들은 마치 공식과도 같다.

선영에 대해 무관심한 형제들과는 달리 바쁜 일정 중에도 수시로 선영을 찾아 돌보는 Y씨의 언행은 나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그날도 Y씨는 '조부모의 묘가 나쁘니 이장하라'고 막내삼촌과 형제들에게 한번 더 설득해 달라 했다. 장지에 있던 동네 사람들도 ‘집안에 우환이 계속 일고, 묘에 수맥이 흘러 나쁘다는데 왜 필요 없는 고집을 피우냐?’며 한마디씩 했다. 그러자 3년 전에 큰 숙부가 했던 말과 행동 그대로 막내숙부가 나서며 말을 막았다. “그런 이야기라면 두 번 다시 하지 말라. 내년이면 우리 집안에 박사와 판검사가 나올 판인데 무슨 소리냐?" 며 손 사례를 쳤다.

나는 감정을 다니면서 현장에서 이런 말이 자손들 입에서 나올 때마다 섬뜩 소름이 끼친다. 좋은 묘지나 웬만한 등급의 묘지는 상관없는데, 나쁜 묘지 앞에서는 함부로 말을 하지 말고 가려서 해야 한다. 이때나 저때나 물 흐르지 않는 곳으로 옮겨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조상님들 면전에서 이장을 못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조상님들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인가. 그런 말을 했던 자손들한테서 큰일이 일어났던 여러 건의 사례들을 보면 조상님들로부터 괘씸죄가 적용되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해에 죽어 이곳에 묻힌 큰 숙부의 혼령(魂靈)은 죽고 난 지금에서야 아버지 어머니의 묘가 나쁘다는 말을 믿지 못했던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그것이 얼마나 큰 불효이며 대죄이었나를 깨달았을 것이다.

 

 

 

<재미있는 수맥이야기>

 

 

 

▼ 두개의 수맥이 십자로 흐르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합장묘

 

 

 

 

 

 

▼ 3년 전, 어머니 장례날 선친을 이장하면서 함께 합장한 이 묘 봉분(사진 좌측)에는 예쁜 벱새가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었다. 모든 동물들은 수맥자리에는 절대로 보금자리를 틀지 않는다.

 

 

 


알을 품다가 놀라 뛰쳐 나온 어미새는 날개와 다리가 부러진 것처럼 이상한 행동을 했고 심지어 재주까지 넘어가며 둥지에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나의 시선을 유도했다.

 

 

 

 

 

 

 

 

 

▼ 경험상 가장 좋은 토질로 판명이 된 마사토 흙. 광중 조성과정에 쇳소리가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록 부드럽고 푹신한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 수맥이 흉부부위에 횡으로 흐르고 있는 큰 숙부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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