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이 이미 공연을 마치고 북으로 돌아간데 이어 평양 교예단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평양학생소년예술단 단원들이 공연을 마치고 우리측의 환송을 받으며 버스에 오르면서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이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어떤 씨앗이 심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다른 외국에서의 공연이었다면 이들이 이렇게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진심어린 눈물을 흘렸을까?
우리에게서 진심으로 같은 민족으로서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배려하려는 ‘민족의 정’을 느꼈기 때문에 몇년 사귄 친구처럼 석별의 정이 더욱 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들이 다시 한국에 올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다시 오지 못한다해도 오늘의 이 만남이 그 동안의 막연한 적대감정을 사라지게 하고 우리 예술단원들을 남쪽에 있는 자신들의 친구들로서 그리워하는 계기가 되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고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교류와 협력의 참의미라고 생각한다.
이제 양쪽 체제의 두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너무나 오래 동안 바라는 일이었지만 한반도의 두 정상이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심이 드디어 작은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풀어야 할 과제도 많고 서로 요구하고 싶은 것도 많을 것이다.
50여 년만에 전 민족의 기대와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두 정상이 만나지만 이번 한번의 만남에서 많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만남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역사적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만남을 위한 첫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이어 김정일 총비서의 答訪이 이루어지는 것은 국제관례로 볼 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고 또 민족의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지속적인 만남은 필수적이다.
가까운 예로 동·서독의 수반은 10회에 가까운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서 독일민족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다졌었다.
분단의 세월이 길었던 만큼 민족의 문제를 푸는데도 그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다른 모든 문제에 앞서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같은 가족이었으며 부모형제로서 피를 나눈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50여년의 세월을 가슴에 한을 안고 살게 한다는 것은 북한이 늘 주장하는 ‘민족대단결’의 입장에 가장 위배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진정 민족을 생각하고 민족을 위한다면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나아가 상봉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이런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민족의 장래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양쪽 체제 정상의 지속적인 만남, 이산가족의 상봉,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의 시작이길 바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해결되지 못하는 일이 없음을 굳게 믿는다. 만남은 우리에게 이해와 신뢰를 안겨줄 것이고 나아가 민족의 장래를 밝혀 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지금 모두 설레임과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희망에 부풀어 있는 初心者의 마음일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난관과 실망이 생기더라도 지금의 이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인내와 포용으로 정상회담 개최라는 큰 결실을 맺게 되었다.하지만 통일이라는 먼길을 생각해 볼 때 이번 정상회담은 이제 그 길의 첫 걸음마일 뿐이며, 오히려 더욱 더 우리의 인내와 포용이 요구되어 질 것이다.
오래 헤어진 가족이 함께 모여 조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격차를 상쇄하기 위한 더 큰 사랑과 이해의 마음이 서로 전달될 때 진정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우리 곁에 다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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