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들을 두었던 어느 부인의 이야기이다. 음악이라면 음자도 제대로 모르던 아들이 갑자기 음대를 지망한다고 하니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사실, 음대에 가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도 부족한데, 고3이 되어서 음대에 가겠다니 보통 걱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숫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무난히 음대에 들어간 아들은 뛰어 난 음감을 지니고 있다는 칭찬을 곧잘 듣는다고 한다.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부인은 임신 중에도 늘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게 됨으로써 뱃속의 아들에게 알게 모르게 음악에 대한 태교가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중국 주나라의 건국시조인 문왕을 낳은 태임은 임신한 순간부터 정결한 생각을 하고, 부정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덕을 쌓고 어진 마음으로 아홉 달을 채운 끝에 중국 역사에 길이 남은 성군을 낳았다. 바로 이 태임을 존경하여 스승으로 삼겠다는 뜻에서 율곡의 모친 신사임당은 자신의 호를 '사임(師任)이라 지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사주당 이씨와 아들 유희가 세계 최초 태교지침서[태교신기](1800년)를 펴냈다. 태교신기 1장에서는 "아비가 씨를 주고, 어미가 기르고, 스승이 가르침(父生. 母育. 師敎)은 마찬가지이지만, 훌륭한 의사는 병나기 전에 손쓰고, 잘 가르치는 자는 낳기 전에 가르치므로 스승 십년의 가르침이, 어미 열 달 배 안의 가르침만 못하고 열 달 어미의 가르침 또한 아비 하루 밤의 씨를 줌만(正心)같지 못하다." 하였다. 그러니 가르침 중의 가장 근본이 되는 가르침은 태교이며, 태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기를 가질 때의 아비의 올바른 마음이라 하겠다. 이토록 우리 조상들은 일찍부터 태교를 중요시 하였다.

사람들이 평생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선천적으로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태교의 영향에 따라 충분히 결정지어 질 수도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연한 기회를 통한 후천적 직업을 갖게 되지 싶다. 자신의 뜻과는 전혀 무관한 직업을 갖게 되니 세상이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을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축산학을 전공하고 대목장 주를 꿈꾸던 나에게도 우환은 도둑처럼 찾아왔다. 그로 말미암아 15년 이상을 말할 수 없는 시련과 고난 속에서 지내오던 중에 우연히 수맥을 알게 된 것이 역까지 왔다. 이 세상 5만 가지가 넘는 다양한 직업들 중에 수맥탐사가나 지관들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그들 역시 나처럼 자신들의 집안에 우환의 원인을 찾다 보니 풍수를 알게 되며 전업이 되었으리라.

필자를 초대한 분들에게 들어 온 말 중에 “나이가 지긋한 사람을 알았더니 젊은 사람이네” 하며 의아해 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지관이라 하면, 용마루에 말뚝 꽂아 놓고 걸터앉아 말뚝을 이리저리 패철을 돌리며 묘지를 잡아주던 나이 지긋한 분들을 상상해 왔었다. 자자손손 안위가 달려 있는 중차대한 묏자리를 늙은 분들의 소일거리로 생각하거나 직장 퇴직 후에 노후대책의 일환으로 풍수를 배우는 이들도 부지기수라 한다. 그러다보니 수맥이나 풍수를 가르치는 곳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심지어 묏자리 조성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들이 이론상 달변가 되어 풍수를 가르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왔다.

인간들이 존재하는 한, 선악(善惡)은 계속될 것이며 정답 없는 풍수 역시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묏자리의 좋고 나쁨을 떠나 망자(亡子) 생전의 행적에 따라 자손들에게 주어지는 길흉화복(吉凶禍福)이 더 크다는 것을 필자는 연구 10년 만에 터득했다. 묏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반 정도 되지 싶다. 이제는 풍수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고리타분한 답습보다는 무언가 새로움을 밝혀내고 추구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만이 최고라”자칭하고 있는 이들부터 자아체면에서 먼저 깨어나야 한다.

<재미있는 수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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