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씨 집안의 50여 년 이야기이다. 높은 산에 위치해 있는 증조부모의 묘소를 한 번 가려면 자손들은 큰맘을 먹어야 했을 정도로 힘이 들었고 '가까운 곳으로 이장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너나 할 것 없이 가지고 있었다. 말이 난 김에 지관을 모시고 와서 보이니 ‘묘소도 나쁘다'고 했고 이참에 이장을 하자는데 이의를 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길일을 택한 초봄의 날씨는 구름 한 점 바람 하나 없이 너무도 쾌청하고 따뜻했다. 드러난 관은 매장 년 수에 비해 너무도 깨끗했다. 옛날 목수들의 실력이 얼마나 좋았나, 관 뚜껑에는 틈새가 없었다. 어렵게 삽날을 넣어 힘을 가하자 순간 "퍽~" 하는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누런 안개가 피어올랐다. 관 안에는 누런 유골이 빛났고, 누런 서기가 관 벽면에 빼곡히 붙어 있었다고 했다. 놀란 자손들은 그 광경을 보고는 털썩 주저앉아 땅을 치며 탄식을 했다.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지관은 줄행랑을 쳐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 지관을 탓할 수 있으랴! 모두가 공모자인 것을.....

공기와 접촉된 누런색은 가무잡잡한 색으로 변해갔다. 이미 엎질러 진 물이 아니던가! 자손들이 정신을 가다듬고 유골을 수습하여 산을 내려오긴 했건만 지관이 줄행랑을 놓았으니 이를 또 어찌한단 말인가! '지관에게는 아무 잘못 없다'며 큰 소리로 찾아 나선 끝에 사시나무 떨 듯, 나타난 지관은 곧 안정을 되찾았다. 새로운 묏자리를 잡았고 새로 준비된 광중 안에는 깨끗한 조광지(창호지)가 깔렸다. 그때! 한 줄기 바람이 광중 안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회오리바람은 광중 바닥에 깔려져 있는 여러 장의 조광지를 공중으로 높이높이 날리며 이내 사라져 갔다. 관 뚜껑을 열었을 때부터 불길한 조짐을 예감했던 자손들은 이런 일까지 벌어지자 극도로 불안해했다.

두 차례나 크게 놀라는 우여곡절 끝에 이장을 마치게 되었고, 채 1년이 되기도 전, 우환의 조짐들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처참하게 피폐해 져 갔고 급기야 젊은 사람들이 요절(夭折)하는 일들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한다. 그 해 겨울, 선친이 지게를 지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 선친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끌린 곳은 이장하기 전, 증조할아버지 할머니의 묘가 있던 근처이었다. 지난날의 생각들이 떠오르자 그곳을 찾아 갔던 선친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하관을 하려던 순간 회오리바람에 의해 날라 갔던 것으로 추정되는 창호지들이 그 구덩이 안에 뭉쳐 있었던 것. 높은 산꼭대기까지 누가 창호지를 갖고 와서 일부러 집어넣었을 리 만무하고, 이장 할 당시 그 안에 종이 한 장 남긴 일이 없다고 한다. '천하명당 자리를 떠나야 하는 아쉬움과 원망 속에 증조할아버지 할머니가 창호지에 혼을 싣고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가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은 내 생각이었다.

S부인의 친정아버지는 40여 년 전에 경운기 사고로 돌아가셨다. 경운기에 볏단을 까마득히 실어 놓고 밧줄을 매기 위해 그 위로 올라갔고 삼촌은 밑에서 밧줄을 고리에 걸어주고 있었다. 선친이 밧줄을 힘껏 당기는 순간, 끊어지는 밧줄과 함께 몸은 허공을 날랐고, 머리가 돌에 부딪치며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 밖의 각종 우환과 함께 경제적인 고통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설상가상으로 37세의 미혼인 남동생까지 가출, 수년째 행방이 묘연했다.

5년 전에 ‘묘지를 이장하라’했던 나의 권유를 묵살했던 가족들은 결국 이장을 선택했다. 당연히 증조의 묘소를 우선적으로 해야 하나 집안의 반대로 하지 할 수가 없었다. 결국 S씨네 딸들은 화장하여 묘가 없는 할머니의 가묘를 만들고 그 옆에 선친의 묘를 이장하기로 했다. 05년 한식날, 이장 작업은 진행되었고, 경운기 사고로 죽은 선친의 유해는 十자 수맥에 나일론 수의와 다람쥐가 물어다 놓은 나뭇잎이 아름은 됨직 했다. 산산조각 나 있는 두개골은 경운기 사고 당시의 끔찍했던 참상을 짐작케 했다. 할머니의 혼백 묘 안에는 지석과 함께 할머니가 생전에 썼던 ‘다듬이 돌'을 안에다 넣어 드리는 것으로 모든 작업을 마무리 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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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수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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