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지난 5월 9일 민방위대원의 소양교육에 강의가 있어서 음성에 가는 길에 녹음이 짙어가는 한금령을 넘다보니 휴전 후 가난했던 50년대의 중학교시절이 떠오르며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채근담(菜根譚)에 ‘세월의 흐름이 부싯돌불빛 같다(石火光中)’더니 5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전쟁후의 가난 속에 조반석죽도 어려웠던 시절, 부모님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보고 듣는 것도 없던 시절, 음성중 재학시절에 선생님과의 만남은 크나큰 홍복(洪福) 이었습니다.

 

‘교사의 언행은 학생들의 가치관, 언어의 모형, 행동의 준거가 된다’고 꿈 많은 청소년기의 중학교시절에 선생님의 인품과 가르치심은 많은 영향을 주셨고, 국어시간이 기다려지게 되었습니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전세, 현세, 내세의 삼세(三世)로 이어지는 인연’으로 사제삼세(師弟三世)라고 했지만, 그 후 70년대에 충주중학교에 근무하던 초년교사 시절에 선생님께서는 충주교육청의 장학사로 계시며 많은 가르치심과 교사의 길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모교인 청주고 교장으로 퇴직 후 지난해에 충주의 ‘교육관련 소견 발표장’에 발표하는 제자를 격려차 나오신 선생님과 사모님을 뵈었을 때, 못난 제자는 스승님의 사랑에 금방 감격의 눈물이 쏟아질 듯 했습니다.

 

스승님을 한번 찾아뵙지도 못하고 일년에 연하장을 한번 올리는 게 고작인 제자를 늘 걱정해 주시는 선생님을 뵙게 되니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지난 3년 가까운 기간 일간지에 매주 화(火),목(木)요일에 고사성어(故事成語)로 엮어진 ‘김재영칼럼’을 246회에 걸쳐 연재한 것도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은 게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 ‘청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보다 더 푸르고, 빙수위지 한어수(氷水爲之 寒於水),얼음은 물에서 나왔지만 물보다 차다’는 말을 떠올리며, 스승님께는 제자노릇 한번 제대로 못하면서 출람지예(出藍之譽)를 보람으로 제자들의 발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치통감(資治通鑑)에 ‘ 경사(經師)는 만나기 쉬워도 인사(人師)는 만나기 어렵다‘고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인사(人師)이시면서 또한 경사(經師)이셨습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세월이 흐를수록 고향이 그리워지고 눈보라 치는 날 한금령을 넘으며 참을성을 기르고 진달래가 필 때면 청운의 꿈을 꽃피우던 중학교시절과 삶의 길을 열어주시던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진기두 선생님, 사모님과 홍복(洪福)을 누리시고 학수천세(鶴壽千歲)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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