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前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창 밖에 감이 붉게 물들었다.

또 가을을 맞는다.

20년 전 창가에 심은 감나무 묘목이 하늘 높이 자라서 창 앞을 가리고 있다.

앙상한 가지에 푸른 잎 피어오르던 날, 마음 한가운데 푸른 꿈을 심어 주었고 한 여름의 더위 속에 창가에 서면 마음을 식혀주던 너. 이제 붉게 익어 가는 감을 바라보며 가을의 한가운데 와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삭막하기 그지없는 도시 속의 소시민의 생활, 그래도 나는 제가 있기에 물질문명 속의 편리함과 아스팔트 문화 속에 익숙한 내 모습을 뒤돌아보며 고향에서 어린 시절 흙을 밟으며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뛰놀며 해질녘에야 집으로 돌아오던 지난날의 추억에 잠기곤 한다.

눈을 뜨면 떠오르는 햇살에 반사된 푸른 잎을 바라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연다.

분주한 하루생활을 마무리하며 창가에 누워있노라면 감나무 사이로 숨바꼭질하는 달님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뜰 앞에는 몇 그루의 나무가 있지만 이제 어느 이웃사람은 감나무집이라 불러준다.

너는 이제 내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너를 동무 삼아 자주 고향 나들이를 하게 된다.

 

원형리정(元亨利貞), 세상인심은 변화무쌍하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너만은 봄이면 푸른 잎 돋아나 꿈을 심어주고, 여름이면 풍성한 푸르름 속에 더위를 식혀주며 가을이면 소담하게 익은 감들을 바라보며 마음은 고향의 들녘으로 달려가게 하고 푸른 잎이 붉게 물들어 한잎 두잎 떨어지면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되며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사람보다 자연과 벗하며 세월을 낚고 싶다.

 

계절 따라 낙엽지면 앙상한 가지들이 흰옷으로 갈아입고 경연대회를 하게 되는 네 모습이 오갈 데 없이 방황하는 노숙자 신세나 못된 부모로부터 생활이 어렵다고 버려진 소녀가장이나, 버려진 부모님의 모습보다 낫겠구나.

논어(論語)에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다.

오늘을 ‘인간성 상실의 시대’, ‘도덕불감증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이제 자연에서 배우자.

자연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물이 흐르듯 순리(順理)를 따라 생활하는데 힘쓰자.

순리를 따르다보면 가정도 사회도 국가도 안정을 찾게 되고 질서 속에서 믿고 살아갈 수 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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