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전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감나무 잎 새가 바람에 일렁이며 지난여름에 TV에서 56년 전의 6.25전쟁 당시 16-17세의 어린 나이로 학병(學兵)으로 참전하여 격전지에서 피어보지도 못한 채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이름모를 병사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특집이 방영된 화면이 떠오른다.

 

6.25전쟁은 형제의 가슴에 총을 겨눈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었다.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워지자 학업에 전념하던 5만 명의 학생들이 참전했고, 그중에 17세 미만의 학생이 2만 명으로 전사자가 2464명이나 되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역사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900여회에 걸친 외침을 받아왔고, 국난을 당할 때 마다 살수대첩, 행주대첩 등 많은 싸움에서 국민총화로 이를 극복했고, 때로는 침략자의 말발굽 아래 짓밟혔다.

 

계백장군이 이끈 5천 결사대의 장렬한 전사로 백제가 망하자 소정방은 의자왕을 비롯해서 왕자, 장사 등 12807명을 이끌고 당(唐)으로 돌아갔다.

병자호란 때는 지금의 송파인 삼전도(三田渡)에서 우리 임금인 인조는 청나라 태종의 앞에 무릎을 꿇고 군신(君臣)의 예를 올리는 치욕의 역사를 남겼다.

성도 이름도 빼앗겼던 일제(日帝)의 강점기, 젊은이들은 남자들은 징병과징용으로, 여자들은 정신대로 끌려가서 전쟁터에서 성의 노리개가 되어 한 많은 세월을 보내야 했다.

 

오늘날 교육현장에는 10대 청소년들의 왕따 등 일탈행위로 가치관과 국가관 확립을 위한 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학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어른들의 참전경험담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준다면 국가관 확립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시경(詩經)과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대비하면 환난을 당하지 않는다’고 했고, 논어(論語)에는 견위수명(見危授命), ‘위태로우면 목숨을 바친다’고 했다.

최근 들어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자녀들의 병역면탈을 위한 작태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6.25전쟁이 일어난 지 56주년을 맞게 되었다.

전국책(戰國策)에 전사지불망 후사지사(前事之不忘 後事之師), ‘지난 일을 잊지 않는 것은 뒷일의 스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난날의 아픈 기억을 되돌아보며 목숨을 바쳐 이 나라를 지키신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그 크신 뜻을 받들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심어 줄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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