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굴러야 할 볼링공이 뒤로 빠지거나 옆 도랑(?)으로 구르기 일쑤인 나에게 다른 이들의 멋진 폼과 명쾌한 스트라이크 핀 넘어가는 소리는 듣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볼링에서 10개의 핀 중에 가장 중심이 되는 핀이 있는데 이를'킹 핀(king pin)'이라 한다. ‘킹 핀’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은 맨 앞의 1번 핀을, 다른 사람은 정중앙에 위치한 5번 핀을 ‘킹 핀’이라 한다. 어떻든 볼링공이 ‘킹 핀’을 건드리면 나머지 핀들도 자동적으로 쓰러지는데 바로 그 핵심 핀을 ‘킹 핀’이라 일컫는다.

캐나다의 벌목꾼들은 강을 이용해 통나무를 제재소로 보내는데 어느 지점에 이르면 통나무들이 막혀버린다고 한다. 이때 통나무 하나만 제대로 치워주면 나머지 수백, 수천 개의 통나무는 자연스레 하류로 흘러간다고 한다. 이들은 이 통나무를 ‘킹 핀’이라 부른다. 사회 여러 분야에도 ‘킹 핀’이 존재한다. "누가 '킹 핀'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킹 핀’으로 삼아야 할까. 얼마 전 대우증권이 단기간 내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킹 핀‘ 전략'(King Pin Strategy) 덕분이라고 한다.
이때 경영주는 각 지점의 지점장을 ’킹 핀‘으로 삼았다고 한다. 뉴욕경찰청의 브래튼은 뉴욕시를 범죄 없는 거리로 만들기 위해 경찰서장들을 ’킹 핀‘으로 삼았다고 한다. 지점장이나 경찰서장이 변하자 수십 명 수백 명의 지점원이나 경찰관들이 바뀌는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일개 국가에 있어서도 국민의 중심인 대통령이 ’킹 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나라 전체가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된다.

지난 시월 말, mbc ‘PD수첩 작갗라 신분을 밝힌 모 작가로부터 ‘달마도 수맥차단’ 여부에 대한 문의가 왔다. 취재진들과 만났을 때 그들은 이미 달마도를 그리는 이들로부터 피해를 보았다는 이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을 주도면밀하게 파 헤쳐오고 있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달마도를 비롯한 그 어떠한 방법이나 물질도 수맥파 차단과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주장해 왔던 터. 필자가 땅속 1천 미터의 지하에서 확인했던 수맥파장이 63층 옥상까지 뚫고 올라오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는데 한 점 그림에 지나지 않는 달마도가 어찌 막을 수 있을 손가. 제작팀이 가져 온 여러 점의 달마도를 놓고 여러 가지 실험방법으로 촬영을 마쳤다.

며칠 후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한 듯, 다시 한 번 촬영에 응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방향이 완전히 ‘달마도 죽이기’에 편중되어 있음을 보고 작가와 PD에게 다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달마도를 신비 쪽으로 몰고 갔던 방송에 제일 큰 문제가 있었고, 두 번째는 수맥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엉터리 수맥탐사가 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거대한 자연의 힘’인 수맥파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각종 제품들이 시판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수맥파를 차폐 내지 중화시킬 수 있나 없나’ 하는 시시비비(是是非非)도 PD수첩 제작팀에서 함께 밝혀 줄 것을 제안했다.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달마도보다 더 큰 해프닝들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방송 내용은 예상대로 완전히 달마도 죽이기에 편중되어 방영되었고, 내가 거론했던 주장들은 단 한 마디도 방영되지 않았다.

달마는 인도 남천축국의 세 번째 왕자로서 원래 이름은 ‘보리달마’라고 한다. 일찍이 절에 들어가 '반야다라'에게 불법을 배우고 대승선을 제창하여 중국으로 건너가 선법을 전파했다. 중국 선종의 창시자이며 원래 잘 생긴 풍모의 사람이었으나 유체 이탈하여 도력을 펼치던 도중, 흉물스런 요괴가 그의 육체를 강탈해가고 자신의 육체와 바꿔치기하는 바람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육체가 바뀐 걸 알고 당황한 달마대사는 이내 거기에서 깨달음을 얻어 ‘모든 것은 외형의 틀에서 탈피하여 내면의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정신 위주의 철학을 설파한다.
신성한 달마도가 복을 가져오고 수맥파를 차단한다는 등의 헛소문에 휩싸이며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된 것이 안타깝다. 이규보의 시에 보이는 것처럼 달마가 전한 것이 마음뿐이지 어찌 비현실적인 구복(求福)을 얻으려 하는가?

<재미있는 수맥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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