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옥

 

학원을 가기위해 아침 일찍 문을 나선다.

아파트 뒤 두충나무 숲에서 기쁜 소식을 알리려는지 까치들이 푸드득 날아오른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파트 옆 개울가에는 겹겹이 얼음이 얼어 아이들이 썰매를 타고 놀았다.


올해는 겨울 한 복판 이른 새벽인데도 그리 춥지 않다.

겨울 느낌이 들지 않는 날씨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른 아침 집을 나서야 하는 나는 포근한 날씨가 반갑다.

방학 중이라 그런지 공원길은 한두 사람 오갈 뿐 한적하기만 하다.

그런데 나의 발걸음은 빨라진다.


올해는 배우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새해 복 많이……”

요즈음 핸드폰에 메시지로 뜨는 인사말이다.

카드나 예쁜 엽서는 아니지만 딩동 소리와 함께 도착하는 덕담에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새해가 되면 “올 한해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말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해가 바뀐 지 벌써 삼 일이 지났다.

올해는 황금돼지 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금색의 돼지저금통이 장식장과 진열장을 차지하고 있는 집을 자주 본다.


엊그제 직행버스를 타고 청주로 가면서 본 풍경이다.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 도로 옆에 황금색 돼지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올라선 돼지들이 길게 줄을 서 지나가는 차들에게 올해에는 꼭 꿈을 이루라고 꿀꿀거리며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그 중에 나도 선택 된 사람같이 느껴져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돼지꿈을 꾸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지 않은가.


복권을 구입해서 당첨을 꿈꾸며 당첨금은 어떻게 쓸까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첨이 되면 좋지만 설사 당첨이 되지 않아도 꿈을 갖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던가.

올해에는 작년에 이루지 못한 꿈을 꼭 이루고 싶다.

지난여름에 늦은 공부를 시작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잘 되지 않았다.

이미 머리가 굳어버린 탓일까.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배운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리곤 했다.

참으로 답답한 몇 달이 지났다.

그러자 차츰 엉킨 실타래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복잡하기 짝이 없던 수학문제도 이해가 되고 눈이 밝아지는지 영어도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슴에 묻어 두었던 캠퍼스 생활의 꿈에 한 걸음 다가선 느낌이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한다.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는 늦은 공부를 하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이다.

어찌 나에게만 의미 있는 해이겠는가.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라며 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가섭산의바람소리>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