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란

새벽부터 회사 동료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오랜만에 김밥을 많이 말았다.

피곤은 하였지만 그래도 재미가 났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한다는 자체가 참 행복하였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어서 김밥을 먹게 되었다.

동료들이 김밥을 먹으며 함박웃음을 짓고 기뻐하였다.

 

그 얼굴들을 보면서 나는 그 사람들보다 더 기쁨을 느꼈다.

내가 남을 위해서 일할 수 있고, 나 아닌 남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짐에 내 자신이 새롭게 보였다.

몇 년 전에 교회에서 정신 지체아가 있는 곳을 갔었다.

봉사하러 갔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서성거리다 왔던 기억이 난다.

그곳에서 나는 점심인 라면을 먹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내가 그 사람들보다 더 불쌍함을 느꼈었다.

 

한 손이 없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른 사람에게 밥을 떠먹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 마음만 아파했을 뿐, 내 몸은 굳어 있기만 하였다.

두 번째 갔을 때는 그들을 안아주고 청소도 해 주는 마음 문이 열리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그들보다 더 정신지체아가 아니었을까?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주위를 둘러보면서 살고 싶어졌다.

 

그들처럼 나 또한 어려움에 처하여 살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긍정적인 사고와 재미있게 살려고 기도하면서 살고 있다.

얼마 전 청주에 있는 성안길을 걸은 적이 있다.

2006년도를 보내면서 불우이웃돕기에 동참해 보자고 자선냄비가 있는 곳에 간 것 이었다.

비록 늦은 밤이라 자선냄비는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자선냄비 대신 우리 식구는 새해에는 좀 더 남을 위해 살 수 있는 여유를 갖자고 약속 하며 조그만 돼지저금통을 준비했다.

 

아직은 저금통이 조금밖에 없는 저금통이지만 올 연말에는 좋은 소식이 있길 기대해본다.

오늘 김밥을 예쁘게 싸지는 못하였지만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고맙다는 인사말과 잘 먹었다는 칭찬의 말에 더 힘이 생겨났다.

받는 기쁨보다 베푸는 기쁨이 더 행복한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처럼 올 한해가 돼지해처럼 풍성하고 복된 한해가 되길 기원해 보면서 돼지의 배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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