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열(생극농협 상무)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높아지며 들녘에서 오곡백과는 풍성히 익어가고 농민들은 풍년을 기대하며 논으로 가는 길가에는 코스모스 꽃송이가 한들거리며 추석을 부르고 보름달은 하루하루 내게로 다가오는 지금은 벼이삭이 한창 여물어갈 때다.

 

하지만 장마철을 지나 9월 초순을 한참 넘어섰는데도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비 때문에 가을 들녘에는 한여름 장마철 같은 눅눅한 기운이 가시질 않는다.

 

벼에게는 따가운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한 점이라도 더 필요할 터인데, 늘 시커먼 구름을 머금고 있는 가을 하늘은 도통 맑은 날을 보여주지를 않는다.

 

그런 날씨 탓에 가을이라 하여 추수를 준비하기에는 어려운 날씨가 계속되고 질퍽한 고래실논을 경작하는 이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삽포을 어깨에 메고 물꼬 보러 나가시던 마을 어르신이 논둑에 풀썩 주저앉아 담배 한대 입에 물고 벼 수확을 걱정하며 한숨을 토하듯 내뱉는 어르신의 말 한마디에 내 발걸음도 덩달아 더욱 무거워진다. 그러면서 장마철이 지나고 가을이면 찾아오는 태풍 때문에 과수원에 복숭아와 배 그리고 넓은 논에 벼를 비롯한 농작물은 안전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제 가을로 접어들면 논에 벼들은 줄기와 잎이 다 자랄 뿐만 아니라 한껏 물을 먹은 이삭의 나락 한 알 한 알이 단단하게 영글어가기 때문에 이삭은 무거워져 벼에게는 거세게 몰아치는 비바람은 치명적일 것이다.

 

그래서 가을 태풍은 풍년을 위해서 벼가 넘어서야 할 마지막 고비다.

후텁지근하고 눅눅한 날씨 속에 불어오는 태풍 정도는 감수하며 고비를 여유 있게 넘기기를 기대하여 본다.

 

올가을 추석을 지나면서 우리네 밥상에 오를 햅쌀밥은 이러저러한 농부들의 가슴 아리와 병해충과 태풍, 그리고 FTA 의 고비를 힘겹게 넘어선 귀한 쌀이다.

 

오늘도 시장에서는 외국산, 국산으로 나뉘며 거래되는 쌀 속에는 농부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이 담겨있다, 그 쌀은 시장으로 나가 농업, 농촌의 버팀목이 될 것이며 농촌 마을마다 농민들이 쌀농사에 쏟아 넣은 정성만큼 농가에 부족한 살림살이를 넉넉하게 만들어 농촌 주민들의 살림살이도 풍성해지기를 기원한다.

 

<독자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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