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을 부러뜨린다는 뜻으로, 상대편의 기세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을 비유한 말.

 

《한서(漢書)》 〈주운전(朱雲傳)〉에 다음과 같이 전한다.

한(漢)나라는 유학(儒學)이 크게 흥성(興盛)하였던 시기였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학자(學者)들의 학문적(學問的) 토론(討論)이 활발(活潑)하였다.

 

이 중에 원제(元帝) 당시는 역(易)의 연구가 활발하였는데, 이 중에 특히 양구하(梁丘賀)의 양구역(梁丘易)이 유명하였다.

원제 또한 이 학문을 좋아하였는데, 특히 다른 학설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양구역의 대가로 이름이 높은 오록충종(五鹿充宗)으로 하여금 다른 학파와 공개(公開) 논쟁(論爭)을 하도록 하였다.

다른 학파의 사람들은 이 논쟁에 승산이 없음을 알고 나서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나 주운(朱雲)이라는 사람이 나섰는데, 그는 본래 학문보다는 협객(俠客)들과 교우(交友)하기를 좋아하였다.

그러다 40세가 넘어서 학문에 뜻을 두고 정진(精進)하였다.

오록충종과 주운의 논쟁은 원제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보는 앞에서 진행되었다.

 

여기서 승리는 주운에게 돌아갔고, 그는 박사(博士)에 임명되었다.

오록충종의 이름 가운데 ‘사슴 록(鹿)’자가 들어 있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이 논쟁을 다음과 같이 비유하였다.

“오록이 드세고 뿔이 길지만, 주운이 그 뿔을 부러뜨렸다[折角].”

 

<해오름학원 서범석 원장의 한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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