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굴이 둑을 무너뜨린다’라는 뜻으로, 사소한 실수로 큰일을 망쳐버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

제궤의공(堤潰蟻孔) 또는 의혈제궤(蟻穴堤潰)라고도 한다.

《한비자》의 〈유로(喩老)〉편에 “천하(天下)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되며,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라고 하였다.

또한 “천 길이나 되는 둑도 땅강아지나 개미가 만든 구멍으로 인하여 무너지고, 백 척이나 되는 집도 굴뚝 틈새의 불티로 타 버린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예로 명의 편작(扁鵲)과 채(蔡)나라 환공(桓公)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작이 환공을 보고 살갗에 병(病)이 있으니 치료(治療)하지 않으면 심해질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환공은 자기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노라며 듣지 않았다.

또 열흘 뒤에 편작이 환공을 보고 근육에 병이 들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심해질 것이라고 말하였으나 채공은 역시 편작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시 열흘 뒤에 찾아온 편작이 위장에 병이 들었다고 하였으나 환공은 이번에도 듣지 않았다.

또 열흘이 지나 편작은 환공을 찾아와서는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다가 돌아갔다.

환공이 사람을 시켜 그 까닭을 물었다.

편작은 “살갗에 든 병은 약을 바르면 고칠 수 있고, 근육에 든 병은 침석(鍼石)으로 고칠 수 있으며, 위장의 병은 화제(火齊)로 고칠 수 있으나, 골수까지 스며든 병은 손을 쓸 수가 없다”고 말하고는 가버렸다.

환공은 5일 뒤에 갑자기 병이 도져 죽고 말았다.

목숨을 앗아가는 위급한 병도 대수롭지 않은 병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제궤의혈은 사소한 실수로 큰 일을 망쳐 버리거나 작은 일을 소홀히 하여 큰 화를 불러옴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속담의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 또는 ‘개미구멍으로 공든 탑 무너진다’와 같은 말이다.

<해오름학원 서범석 원장의 한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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