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살림을 함께 꾸려온 아내.

조(糟)는 지게미, 강(糠)은 쌀겨라는 뜻으로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어가며 고생한 본처(本妻)를 이르는 말이다.

처녀로 시집와서 여러 해를 같이 살아온 아내라면 모두 조강지처라 할 수 있다.

《후한서(後漢書)》 〈송홍전(宋弘傳)〉에 보면, 후한 광무제(光武帝)의 누님이 일찍이 과부(寡婦)가 되어 쓸쓸히 지내는 것을 보고 광무제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다시 시집을 보낼 생각으로 그녀의 의향(意向)을 떠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송홍 같은 사람이라면 시집을 가겠다고 하였다.

마침 송홍이 공무(公務)로 편전(便殿)에 들어오자 광무제는 누님을 병풍 뒤에 숨기고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속담에 말하기를 지위(地位)가 높아지면 친구를 바꾸고 집이 부유(富裕)해지면 아내를 바꾼다 하였는데 그럴 수 있을까?” 하고 말하자 송홍은 서슴지 않고 대답하였다.

“신(臣)은 가난할 때 친하였던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는 집에서 내보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臣聞 貧賤之交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 : 신문 빈천지교부가망 조강지처부하당)”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광무제는 누님이 있는 쪽을 돌아보며 조용한 말로 “일이 틀린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였다 한다.

<해오름학원 서범석 원장의 한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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