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동(영등포 공업고등학교 영어 교사)

어느 시골 산길을 가다보면 여기저기 옹기종기 묘지들을 볼 수 있다. 동네에 들어가는 초입부터 군대 사열 하는 것 같이 길 양쪽에 묘지가 있는 곳도 있다. 저의 시골 동네도 초입 들어가는데 묘지가 몇 기가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밤에 동네 들어가기 무서울 때가 있었으나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무감각해 졌다. 부자들의 묘지들은 석물을 잘하여 주변을 잘 가꾸어 장엄한 묘도 있으며 그런가 하면 어떤 묘지는 표석도 없이 방치되어 누구의 묘지인지 알 수 없는 것도 볼 수 있다. 오래간만에 시골에 가 보면 농사지었던 밭에 묘지가 하나 둘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을 눈에 뛰게 볼 수 있다. 양지 바른 곳이면 예쁜 나무일지라도 싹둑 베어 내고 묘지를 쓴다.

우리나라엔 분묘기지권 이라는 법이 있다. 아무리 산주인 이라 해도 묘지를 임의로 파묘를 할 수 없다. 이점을 악 이용하여 산주 모르는 사이에 쓴 묘가 많이 있어 다투는 경우를 본다. 산주가 외지에 살 경우 오래간만에 고향에 가보면 그런 황당한 일을 당한 이들이 많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촌수로 좀 먼 형님이신데 우리 산에 그 형님아버지 묘지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동생 산에 자기 할아버지 묘지를 이장하려 하니 “동생 그렇게 알 게나” 하여 “그렇게 하세요.”하고 얼마 후 가

보니 1기의 묘지인줄 알았는데 5기를 이장 했다. 정말 기가 막혔다. 못 쓰게 해도 가까운 친족일 경우는 몰래 써도 무어라 말해도 소용이 없는 일 이었다.

산림 내 이곳저곳에 수없이 설치된 묘지와 부실한 사후관리는 산림경관과 생태의 파괴 및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묘지문제에서 만큼은 현 실태가 증명하듯 국토훼손과 산림파괴의 인위적인 일을 되풀이 되고 있다. 일전에 외국에서 온 손님을 태우고 설악산을 가는데 내내 봉분들을 보고

저것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묘지라 하였더니 저 좋은 곳에 참 안타깝다고 탄식 소리를 들었다. 최근에 납골당을 많이 이용들 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갈등이 심각 해져가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시설이 지나친 석물 이용으로 호화스럽고 대형화 되어가고 있고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미관상으로 분묘에 못지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여름에 비가 온 후 납골함에서 냄새나고 벌레가 꼬여 납골을 다시 태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욱 새로운 장묘문화를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을 위한 개선 연구하여야 한다.

이런 중에 최근 아주 인기가 있는 수목장이나 자연장이 있다 골분을 수목과 함께 영생을 함으로써 상생한다는 철학적 사고에 기초하여 죽음이 자연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근거이다. 설득력은 있으나 고인을 기릴 수 있는 추모 상징물이 작아 고인을 정성스럽게 모시고 싶은 유족들의 마음을 채울 수 없는 것이 흠이 나 근래에 영국ㆍ독일ㆍ스위스는 수목장을 선호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여러 유형이 있어도 매년 전국적으로 국토가 여의도 2배가 묘지로 잠식되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묘지는 면적이 적게 점유되고 자연 친화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하며 혐오시설이 우리 눈으로 멀리 떨어진 아늑한 곳으로 점차적으로 옮겨 가야 한다. 이런 일에 여러분들이 앞서면 순식간에 이 땅이 아름다워 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하며 이러지 않으면 멀지 않아 묘지공화국이 될 것이다. 풍성한 산림은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고 산림환경자원을 보다 건강하게 가꾸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 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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