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곳에 <한명철의 영화이야기>
님은 먼곳에 <한명철의 영화이야기>

남자들만의 영화만 만들던 이준익 감독이 청순함의 대명사 수애를 데려와 71년도 월남전을

되살려 우리에게 그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는 영화입니다.

늘 영화를 짜게(?) 만들 던 감독이 70억 이라는 거금을 들여 쉴 새 없이 사족을 자르면서 앞으로 앞으로 돌격하는 힘을 보여주며 특히 수애의 매력을 잘 다듬어 꽤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에겐 위문공연이 주는 태풍 같은 힘을 기억나게 해 이제는 지나간 전쟁을 추억처럼 되돌려 보여주며 한 개인이 국가의 뜻에 따라 어떻게 소모 되는지도 증언하고 있습니다.

딴따라 인생에 끼어들어 온갖 시련을 견디는 한 여자의 족적을 따라가는 카메라 앵글의 무심함이 감동을 줍니다.

시골의 평범한 순이가 남편을 찾아 써니 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화염과 총성 가득한 전쟁터에 뛰어들어 강한여자로 변모하는 모습을 한줄기 튼튼한 동아줄 같은 스토리로 엮어낸 감독의 깔끔한 연출이 돋보이는 군요.

이준익 감독의 페르소나(짝사랑) 정진영은 이번에도 실망 시키지 않고 영화를 이끌어 가는 힘이 되여 왜 그가 그런 위치를 얻었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

우리 세대에 태풍처럼 지나간 노래 “님은 먼곳엽를 다시 들으며 달러에 목매며 처절했던 과거가 바다에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처럼 목매이게 합니다.

남의 전쟁에 뛰어들어 사천명 이상의 고귀한 젊은 생명을 바쳤음에도 명분이 약한 까닭에 그냥 잊고픈 역사로 흘러가는 것을 감독이 재현한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픈 역사도 지울 수 없는 것이며 적과 아군의 구별도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호이안 전쟁터에서 만나 남편의 따귀를 올려치는 것으로 영화가 흑백으로 끝나는 장면은 왕의 남자에 줄 위의 광대처럼, 뚝 부러지는 나무처럼,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영화관을 나오며 영화가 준 짠한 느낌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이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한명철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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