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경

 

2008 베이징 올림픽이 화려한 폐막식과 함께 끝이 났다.

세계의 선수가 한 자리에 모여 4년간의 기량을 발휘한 올림픽, 우리의 애초 매달 목표는 금 매달 10개로 종합순위 1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였었다. 하지만 감개무량하게도 금13개 종합순위 7위를 차지했다.

세상에나, 지구상에서 손톱만한 대한의 나라가 세계인들을 누르고 이렇게 스포츠의 힘을 보여줬다는 당당함에 온 국민이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올림픽 기간 동안 다음날이 기다려질 만큼 하루 일과도 신바람이 났었다. 아니 지금도 그 여운이 남아 어깨부터가 으쓱거려진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감동과 아쉬움의 매달이 스칠 때면 스포츠에도 마가 낀 굴곡의 삶을 그려 넣은 것만 같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변이 일었고 감동과 좌절이 분분했다. 백혈병을 극복한 선수와 한쪽다리를 잃고서도 끝까지 완주한 선수, 8관왕을 목에 건 수영선수도 있었다. 유럽선수는 이기지 못 할 거라는 예상을 뒤엎은 우리의 수영과 세계신기록 역도는 세계의 꽃이었다. 마음속으로 일본에게만큼은 지지 말아 달라고 빌고 빌었던 야구까지 짜릿한 일등을 했다. 그럼에도 가슴 한 켠이 애잔 한 것은, 같은 아줌마라는 동질감을 떠나 죽을 것만 같다가도 회생하며 눈물바다를 이룬 핸드볼의 여인들 모습이 지워지질 않아서이다.

투혼이라는 말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아니 정말 운이라곤 지지리도 없다고 해야 하는 걸까. 마가 끼어도 이렇게 심술을 떨며 떨어져 나가질 않는 것인지.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 TV를 통해서 그녀들의 훈련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이 세계의 무대에서 뛴다는 것이 죽을 만큼의 훈련 없이는 매달획득이란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녀들의 훈련모습은 아줌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담했었다. 덩치 큰 유럽선수들을 상대하려면 몸싸움에서부터 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에 혈기 왕성한 남자고등학생들과의 연습경기는 레슬링 선수들보다 더 치열해 보였다. 목구멍에 숨이 차올라 그녀들은 그 훈련을 지옥훈련이라고 했다.

올림픽예선전부터 난황을 거듭하며 이겨낸 억척이었다. 핸드볼 심사위원이 어쩌면 아줌마들의 투혼이 두려워 우리나라의 핸드볼 출전을 막으려 했던 건지도 모른다. 변변한 연습장이 없어 지방을 돌며 연습에 몰두했던 그녀들의 평균 연령은 30을 넘었다.

어린 자녀를 떼어놓고 끝까지 싸운 그녀들 덕에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고, 애매한 판정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들은 동매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지워지지 않는 가슴에서 뜨겁게 피워낸 향기로운 매달을 걸어주었다. 설령 그녀들이 매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마음으로의 매달을 걸어주었으리라.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향기롭고 진한감동을 피워내는 매달이야 말로 그녀들의 몫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아줌마들은 모두가 매달감이다. 안으로나 밖으로나 어머니로서 아줌마로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지 않은가. 핸드볼의 지킴이가 철저하게 담벼락을 갖춘 수비이듯이 우리나라의 지킴이는 시작이 가정이고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힘이 있기에 생활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매달을 따지 못한 모든 선수에게도 또다시 ‘한 번만 더’를 향해서 도약을 하라고 외치고 싶다. 항상 어머니의 선수와 국민의 응원이 그들 옆에서 지킴이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외치고 싶다. 삶이 고단하다고 짜증을 낼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의 향기를 뭉쳐 매달을 걸어줄 수 있는 아줌마가 되어 보자고.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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