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자

금년 가을은 태풍도 없어 지난 가을보다 더워서 가을이 길다고 했는데 성큼 겨울이 앞서와 있습니다.

따뜻한 날씨탓에 시절을 잊은 나무와 풀들은 단풍이 물들시기를 놓쳐서인지 곱지 않습니다.

어젯밤에 서릿바람이 불어오면서 꽃밭에 화려했던 꽃이 추하기 그지 없는 모습으로지고 개울가 늙은 느티나무는 푸른잎을 그대로 마구 날려 보냅니다. 노랗게, 발갛게 물들어 마지막까지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다가 작은 바람에 힘없이 떨어져 벼 멍석위에 뒹군 모습은 풍요와 비애가 뒤섞여 서글픈 마음 그지없습니다.

벼를 거둬드린 빈 논을 바라보는 처연함은 가을풍경을 아픔과 슬픔으로 채색해 버립니다. 봄의 파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일이나 여름의 김맴이 게을렀던 일들을 뒤늦게 참회 한다고 해서 이 자극한 결핍이 보상되지 않습니다. 가을은 불행이도 봄으로 연결되지 않고 그냥 겨울 속으로 휩싸입니다. 가을생각은 우리 모두의 생각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봄과 여름을 지나서 가을의 뒤 끝에 와 있습니다.

제각기 나름대로 자기 가을을 누리거나 아파하고 있지만 가을 시국은 그저 춥고 배고프고 힘이 듭니다. 연일 보도되는 세계의 경제불안은 자연의 가을 풍요를 눈물겹게 합니다.

현실은 자연이 주는 가을에 만족해 하지 않습니다. 산업중흥의 에너지가 되는 석유 매장량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세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산업의 부흥은 자연속 가을 풍요보다 몇 곱절 많은 경제를 일 구워 내기 때문입니다. 그 위력은 “기름”에서 나오는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땅속에는 기름이 매장되어 있지 않은데도 모든 생활여권과 산업이 기름의 힘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영농경작도 기름의 힘을 빌려 기계로 농사를 짓는 이 마당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모두가 지혜와 뜻을 모아 노력해야 할것입니다.

얼마전에 나는 관광차로 미국을 25일간 다녀왔습니다. 그 동안 오래 머물렀던 지역은 캘리포니아 주 에있는 “센데이고”시라고 합니다. 이시는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13시간을 넘게 태평양을 건너서 바닷가에 있는 곳으로 미국의 공군 본부가 있는 군사도시이며 시민의 안전이 보장되는 살기좋은 시라고 합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4년마다 열리는 “에어 쇼”를 볼수있는 기회를 얻어 내심 기뻤습니다. 이번 쇼 기간에도 새로운 전투기를 선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비행장은 동서남북이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것 같고 내 머리위에서만 높아 보일뿐 인산인해 속에서 비행장은 아마도 음성군 면적만큼 될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행기가 갖가지 프로그램으로 아슬아슬하게 묘기를 하는데 “어머나! 아이쿠!”놀란 감탄사를 나는 연발 했답니다.

관람도중에 틈틈이 눈과 목을 쉬려고 주위를 둘러보니 전투용 비행기가 수없이 전시되어있고 사람이 많이 모인곳엔 장사꾼들이 판을 치는데 미국도 예외는 아닌지 먹는장사와 기념품장사들로 북적 거렸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관람장안에 “트라이 씨클”이라는 삼륜 자전차가 택시 역할을 해서 노약자들을 편히 이동하게해 주었습니다. “트라이 씨클”이라는 자전차는 한 사람이 페달을 밟아서 움직이는 것인데 어른 두명과 어린아이 세명까지 태우고 잘도 달렸습니다. 운전자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며 여자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또 펜실바 주에는 문명을 거부 한다는 “아미신”부족이 있는데 이들은 기계의 힘으로 일하지 않고 자기들의 힘으로 자급자족하고 자녀교육도 자기네 방식으로 가르친다고 합니다. 전기와 기름은 아예 공급을 받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기타 자원이 넉넉한 미국인데 저렇게 기름을 이용하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 기계를 움직이고 돈도 벌어서 학비를 충당한다고 하니 우리도 본받고 싶었습니다. 떠도는 말에 의하면 “오일쇼크”가 코앞에 와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기름을 최대한으로 아낄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겠습니다.

생각해보면 가을의 뿌듯함만으로 채워진 삶이란 없습니다.

어렵지만 거둠이 든든한 가을은 추운겨울을 두려워하지 않고 풍요를 활짝 누리게 해줍니다. 그저 “세월이 오늘만 같아라?” 그것이 가을이 들려주는 마무리 이야기 같습니다.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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