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함부로 부리는 것을 비유한 말.

 진(秦)나라 시황제가 죽자 그의 측근 환관이었던 조고(趙高:?∼B.C. 208)는 거짓 조서(詔書)를 꾸며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린 호해(胡亥)를 2대 황제로 삼았다.

현명(賢明)한 부소보다 용렬(勇烈)한 호해가 다루기 쉬웠기 때문이다.

호해는 “천하의 모든 쾌락을 마음껏 즐기며 살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어리석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조고는 이 어리석은 호해를 교묘(巧妙)히 조종(操縱)하여 경쟁자(競爭者)인 승상 이사(李斯)를 비롯한 많은 신하들을 죽이고 승상이 되어 조정의 실권(實權)을 장악했다.

역심(逆心)이 생긴 조고는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반대(反對)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폐하, 말(馬)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시옵소서.”

“승상은 농담도 잘 하시오.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하다니(指鹿爲馬)….’ 어떻소? 그대들 눈에도 말로 보이오?”

호해가 말을 마치고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보자 잠자코 있는 사람보다 ‘그렇다’고 긍정(肯定)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아니다’라고 부정(否定)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고는 부정하는 사람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죽여 버렸다.

그 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이후로 윗사람을 농락(籠絡)하여 권세(權勢)를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을 비유할 때 이 고사가 흔히 인용되었다.

이것이 요즘에 와서는 그 뜻이 확대되어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해오름학원장,극동정보대 겸임교수 서범석의 한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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