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한 친구.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열자(熱刺)』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춘추전국(春秋時代) 진(晉)의 대부(大夫)에 유백아(兪伯牙)라는 사람이 있었다. 본디 초(楚)나라 사람으로 거문고의 달인(達人)이었다.

한번은 조국(祖國) 초(楚)나라에 사신(使臣)으로 가게 되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는데, 때마침 추석(秋夕) 무렵이라 그는 휘영청 밝은 달을 배경으로 구성지게 거문고를 뜯었다. 그런데 그때 몰래 그의 연주를 엿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허름한 차림의 젊은 나무꾼으로 놀랍게도 그는 그 음악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그는 종자기(種子期)라는 사람이었다.

즉,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들고 높은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으로 이것을 타면 종자기(種子期)는 옆에서, “참으로 근사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눈앞에 나타나 있구나”라고 말하였으며, 또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기가 막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가는 것 같구나”하고 감탄하였다. 백아는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당신이야 말로 진정 소리를 아는(知音) 분이군요.”

두 사람은 의형제(義兄弟)를 맺고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서 헤어졌다. 이듬해 백아가 종자기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죽고 없었다. 종자기의 묘를 찾은 백아는 너무도 슬픈 나머지 최후(最後)의 한 곡을 뜯고는 거문고 줄을 끊고 거문고를 산산조각 내고는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종자기 같은 知音이 없으니 더 이상 거문고를 연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었다는 ‘백아절현(伯牙絶絃)’의 고사(故事)다. 이때부터 ‘知音’은 마음까지 통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를 뜻하게 되었다.

<해오름 학원장, 극동정보대 겸임교수 서범석의 한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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