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前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물질을 중시하는 기계문명 속에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어렵고 힘들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게 고향이요, 잊고 지냈던 다정한 이웃과 정겨운 소꿉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이제 얼마 있으면 우리 설날을 맞으며 고속도로에서 밤을 지새우면서도 고향을 찾는 인파는 줄을 잇게 되리라.

독일의 철학자인 하이데거는 과학기술을 중요시하는 이 시대를 “고향상실의 시대”라고 했다. 지난 날 우리는 성공해서 돌아오기를 빌어 주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뒤로 한 채 고향을 떠나 바쁘게 살아왔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떠나올 때에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오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에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오”라는 고인이 되신 현인씨가 부른“비내리는 고모령”이 생각나는 때이기도 하며 지난 세월 속에 자식들을 위해 살다 가신 어머님의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바쁘고 힘겨운 생활 속에서 때로는 고향 생각에 젖기도 하고 한가한 시간이면 고향의 사계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가난 속에서도 봄이 오면 진달래가 만발한 동산에 올라 새롭게 피어나는 꽃송이를 보며 꿈에 부풀고, 신록이 푸르른 한 여름이면 냇가에서 친구들과 물장구치고 가을이 오면 천자만홍의 단풍 속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뛰놀다가 해질녘에야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과 산과 들이 흰눈으로 갈아입는 겨울이면 눈사람을 만들고 뛰놀던 시절을 떠올리며 고향의 추억들이 삭막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연어가 성어가 되면 머나먼 남대천을 찾는데 우리 설날을 맞으며 우리네 고향 찾음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리라. 우리 설날을 맞게 되니 많은 생각들이 스쳐가며 요즈음의 생각하기도 싫은 신문기사 내용들이 떠오른다.

지난날 우리는 이웃 간에 인정(人情)을 나누며 살아왔는데 오래전에 물질적 유혹에 빠져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어머니를 납치해서 암매장하고, 어린 아들을 납치해가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의 탈을 쓴 무리들이 있었다. 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을 납치당한 채 아픔을 안고 살아갈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해 보았는가? 어째서 우리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하늘을 향해서 머리를 들기 부끄러우며 인간성을 상실한 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본다. 오늘을 “도덕성 상실의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원숭이가 새끼를 빼앗긴 아픔에 창자가 마디마디 끊긴 단장(斷腸)의 고사(故事)와 까치도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 나르며 어미의 사랑에 보답하는 반포지효(反哺之孝)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이제 우리 설날에 고향을 찾으며 이웃을 사랑하며 정겹게 살아왔던 본 모습으로 돌아가 인간성 회복에 힘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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