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미

우리는 어쩌면 당연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이면 당연히 해가 뜨고, 밤이 되면 당연히 어둠이 찾아들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그만의 역할과 책임이 주어지고, 사회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당연히 세상과 발맞추어 살아내는 그런 일들 말입니다.

2008년, 음성가정폭력상담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습니다.

청주 대안교육센터(대덕소년원 청주청소년비행예방센터)로부터 청소년 장기상담을 위탁받게 되었고, 법무부 청주보호관찰소 충주지소와는 범죄예방 및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협력 운영하는 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입니다.

이 협약은, 보호관찰대상 청소년 상담 및 교육 지원을 포함하고 있으며, 범죄 없는 지역사회를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공동사업을 계기로 하여, 세상의 눈으로 바라볼 때 ‘문제 아이들’ 이나 ‘비행청소년’ 으로 표현되는 아이들의 내면을 좀 더 깊이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사람과 사람의 눈 맞춤에 대한 폭과 높낮이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 이면에는, 가정 내 자리하는 문제들이 있고, 아이들을 거리고 내몰 수밖에 없었던 극한의 상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아이들은 말없는 항변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문제아’ 라 낙인찍어 세상의 경계 밖으로 내놓기 이전에, 아이들 내면을 세밀히 들여다보아야만 합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를 사귀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마주앉아 따뜻한 음식과 그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또 다른 어느 누군가에게는 결코 당연한 일이 될 수 없음에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마주할 가족이 없고,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없으며, 혹 가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불안하고 적막한 속내를 풀어 놓을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시간 속에서 견디다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아란 꼬리표를 달고 당연히 세계로부터 방출되어 있는 듯 보일 수 있습니다.

당연의 범위를 넓혀 다양성을 인정하며,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면의 그 무엇까지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진정 ‘당연한 것’ 이 되는 세상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삶을 윤택하게 영위할 권리는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소외된 어느 누군가에게 필요한 우리의 관심과 배려, 이해의 마음 한 조각을 나누는 것이 행복을 함께 나누는 가장 큰 선물일 것입니다.

2009년도에는 아마도 상담소에서 해야 할 일들이 더욱 더 많아지고 바빠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빛이 될 수 있는 이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이 아마도 더 힘차게 제 자신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2009년도엔 어른, 아이 모두가 당연의 세계로의 궤도에 안전하게 정착하기를 소망합니다.

<가섭산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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