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익 시인
나는 조간신문 정치면, 문화면을 뒤지며 타박하고
아내는 덤으로 끼워온 전단지를 보고 하루를 설계한다
때 묻은 시집이 쥐어져 있던 손에는
색색의 화려한 차림표가 거품처럼 놓인다
커피 할인, 휴지 염가 판매, 100원 할인 쿠폰 세트
개업 기념 특별 할인, 차별화된 맛 가격 인하
하루에 수십 장씩 도착하는 전단지에
눈길 한 번 안주던 아가씨가 오늘은 무엇이 싸고
오늘은 어느 음식점이 싸다는 아줌마 타령이다
한 번을 사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이름 있는 것을 사라고 성화를 부리면서도
황금 잉어빵을 나란히 든 우리는
어느 가게에 세일 종이쪽이 나붙은 곳으로
어느새 망설임을 자주 던져보는 것이다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피는 날
육거리 시장에서 싸고 좋은 옷을 샀다면서
이쁘냐는 물음도 잊지 않는 아내
꽃무늬 잠옷을 사주고 싶은 봄날
나는 가만 작아진 어깨를 쓰다듬어 본다
<이번주 감상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