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연

비가 내렸었는지 나뭇잎에 이슬이 맺혔다.

아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니 햇빛이 창가에 비춘다.

오늘 중학생 아들의 기말고사가 있는 날이다.

걸어서 5분거리임에도 그 시간이 아까워 태워다 주고 돌아오면서 수능시험 보러가는 고3학생을 둔 엄마같다는 생각에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작년에 큰애가 중학생이 되면서 나는 두 아들의 엄마로 다른 사람들에게 불리어졌다.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배우기를 좋아해서 두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배웠고 사회생활을 하였다.

심지어 둘째아들 백일날에 충북여성백일장이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 그 곳을 택하여 대회에 나갔다.

그러면서 나는 자연히 내 이름 석자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런 내가 아들을 중학교에 보내면서 엄마의 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와 달리 치맛바람 휘두르며 자식교육에 열정을 쏟았다.

일하랴 살림하랴 공부봐주랴 1인 다역을 하며 몸은 힘들고 피곤했지만 뿌듯했다.

조금씩 변하는 아들을 보면서 좀 더 일찍 자식을 돌보지 않은 후회와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교육에 신경쓴 것이 다행이라며 자신을 위로해 보기도 했다.

올 해 5월에는 중학교 가까운 곳에 집을 얻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산리를 오가며 아들의 학원시간을 맞추고 생활하다보니 몸이 지쳤다.

그래서 남편을 설득하였더니 남편도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비산리 집은 그대로 두고 아이들 책상과 책장, 살림에 필요한 몇가지만 챙겨 왔다.

두 집 살림이지만 아이들 간식을 챙겨 놓을 수 있고 마음놓고 교육받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았다.

작년 9월에 여동생은 전북 진안으로 이사하여 아토피가 심한 딸을 전문학교인 조림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제부는 청주에서 생활하고 주말에 딸과 부인이 있는 진안으로 내려간다.

나는 자식교육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고 동생은 자식건강 때문에 거주지를 옮겨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낸다.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그 마음은 오로지 자식을 위하는 한 가지이다.

자식교육 때문에 가족이 함께 살지 않고 헤어지고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모든 것이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을 금할 수 없으나 맹자의 어머니도 이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내가 지금 이렇게 안간힘을 쓰면서 자식교육에 매달리는 이유는 뒤늦은 후회 때문이다.

어릴때 아이들교육을 뒷전으로 생각하고 자기개발하며 내 공부에만 열중하였는데 어릴때 교육이 평생을 간다는 말이 진리임을 알았다.

지금 아이들을 어릴때의 시간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좀 더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교육을 시켜보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또한 힘들지만 나 자신을 개발하는 공부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아이들앞에 당당해지고 싶다. 첫째 시간 시험종이 학교에서 들려 온다.

시험잘 보게 해달라고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내 귓가에 종소리가 가슴을 두드리며 울려 퍼진다.

<가섭산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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