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시인

섬이라니 말도 안 된다

샛강이다, 초겨울 물도 거지반

빠져나간 여울이다

해 질 때면 동이로 내리꽂히던 볕뉘

헌데도 불쑥 드러난 물살이

방앗간 참새마냥 들락거리던

 

가끔 그것이 진짜보다 더 큰

섬으로 보일 때가 있다

억새가 있고 껴안는 바람이 있고

불시에 기슭을 들이치면서

섬도 아닌 섬으로 떠다니는 

 

자다보면 그 소리 맴돌았다

아무도 모르게 쥐어뜯던

내 삶의 찌꺼기 쌓이다가

어느 날 불끈 머리 쳐드는

 

겨울밤엔 나도 작은 섬

뒤척뒤척 물결 끌어안으며

겨울 강 나들목 돌아서 가던

외떨어진 섬강 후미

비만 오면 큰 물 하나 남겨 두었던

<이번주 감상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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