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희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외국인들을 가르치는 일은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그 길을 따라 가보고 싶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가 보련다.

내가 다문화센터에서 지도하는 수업은 한글 고급반이다.

교재를 사용하지 않고 초급과 중급반 수업에서 놓치고 지나치는 부분을 찾아 했다.

우리나라의 역사, 예의범절, 생활에서 쓰는 속담 및 고사 성어,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표현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 가운데 책에서 배울 수 없는 부분을 가르쳤다.

한국 문화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그 어떤 문법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글 공부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임을 잘 알기에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 보인다.

이주여성들을 위한 행사라면 토요일, 일요일도 출근을 해서 행사를 이끌고 참여해야만 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재미있고 즐거웠다.

다행히 하는 프로그램마다 호응이 좋았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늘여야겠다고 생각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그들이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해 보았더니 일하고 싶다는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취업에 관한 프로그램으로 비즈공예 자격증반과 홈패션반을 개설했다.

역시나 그들의 관심이 높았다.

처음에 서로 하려고 난리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려면 어느 정도 인원을 분배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여성들이 취업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하는지 알려 줄 필요성을 느껴 이주여성들을 데리고 여성 취업 한마당 행사에 참여했다.

취업을 위한 교육 강좌를 듣고, 이력서도 직접 써보고, 구인 구직광고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주 여성들은 그저 취직을 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취업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었다.

한국 여성들이 일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고 말을 들었을 때 취업 한마당 행사에 참여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요리교실을 통해 아주 기본적인 요리부터 시작했다.

콩나물 끓이기, 콩나물 무침 등 손쉽게 하고 재료비도 적게 들고 우리가 늘 먹는 음식을 그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집에 가서 남편에게 직접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며 자랑을 늘어놓는 베트남 친구를 볼 때 마음이 흐뭇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배우는 동요교실과 컴퓨터교실을 열었다. 처음 동요교실을 열었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한 달 정도 지나니 자신의 아이들에게 동요를 부르며 놀아주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외국인이 우리 동요를 부르며 아이와 놀아주는 모습에서 그들도 서서히 한국인이 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센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회원들과 친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안 이야기도 하며 그들의 고민거리나 가정의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밝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집안 문제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집안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야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말에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일 밖에는 없다.

친구처럼, 언니처럼, 엄마처럼 의지할 곳이 필요한 그들이기 때문이다.

항상 즐겁고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라 복잡한 가정상담을 하다보면 나까지도 머리가 복잡해 힘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참고 잘 살아주는 모습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나이 어린 외국인 친구들의 밝은 미소가 힘들고 지친 나에게 청량제가 되어 힘이 난다.

앞으로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한국생활에서 잘 살아갈지, 나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가득 채우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가섭산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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