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만이 넘었다는 말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후화는 늦게 온다.”는 말이 맞은 것 같습니다.

너무 지나친 신파 연극 같았습니다.

어정쩡한 장면에도 쉽게 웃어주는 관객들의 너그러움이 영화를 살렸음을 알았습니다.

복고적인 성향으로 가는 이즈음의 사회적 분위기도 도움을 주었고요.

컴퓨터 그래픽 도움으로 파도장면은 무난했지만 스토리 설정은 세련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여름날에 눈에 너무 익숙한 장소에 상상이지만 지난번 쓰나 미와 잦은 일본지진까지 비빔밥 재료로 사용한 게 참 운 좋게 어울려서 많은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 들였습니다.

마치 바가지에 보리밥과 열무를 넣어 썩썩 비벼 여럿이서 한 숟가락씩 퍼먹으면 맛도 있고 정도 생기는 것 같은 느낌 이라고 할까요.

조연들의 부지런함도 영화관객을 모으는데 일조를 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때론 유치하고 세련되지 않은 것들이 경제 쓰나 미에 힘든 서민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겠지요.

많이 내린 비까지도 영화를 도운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많은 관객으로 한국영화를 일으키는데 힘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칭찬 받을 만합니다.

한동안 영화를 외면한 자본들이 다시 기웃 거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영화의 다양성 이야말로 미덕 입니다. 비싸고 좋은 것만이 대중을 사로잡는 건 아니잖아요.

영화관 밖은 후끈합니다. 천천히 무심천을 건너오는데 얼굴에 닿는 바람이 시원합니다.

<한명철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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