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준(수필가)

지난 7월 27일 설성공원 경호정 옆 잔디밭 한쪽에 이 고장의 유래비가 우람하게 세워졌다.
오랜만에 유래비 다운 상징비가 이 곳에 세워져 우리 군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이 고장의 문화유산으로 남게 되어 실로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침 이무영 선생의 시비와 마주 보고 세워져 경호정의 운치를 한 층 더 돋보이게 한다.
사회봉사단체인 음성청년회의소에서 자담 2천만원과 군보조금 2천만원 등 총 4천만원의 거금을 들여 세운 유래비답게 비문 내용 또한 매우 깊이 있게 짜여져 있는 느낌을 준다.
비문 작성과정에서 음성향토사연구회에 내용을 의뢰하고 청주대학교 사학과 손홍렬 교수에게 내용검증을 받아 지은 비문으로 위치, 지세를 비롯하여 삼국시대에서부터 변천된 영역과 지명등의 유래가 소상하게 소개된 비문의 내용은 역사와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가운데 농·공병진의 풍요로운 지역발전을 구가하는 현실에 걸맞게 우리 음성군민에게 자긍심과 밝은 미래를 향한 희망을 담뿍 안겨줄만한 상징물이 되는 것 같아 매우 흐믓한 감흥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 비문을 처음부터 읽어내려가는 순간 ‘앗차! 이것이 왜 빠졌는가?’하는 대목이 있어 아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이 고장 지세를 설명하는 가운데 북쪽 오갑산을 필두로 하여 원통산, 수리산, 수레의산, 부용산으로 이어져 오던 산세가 우리군의 최고봉인 가섭산(해발710m)을 살짝 비껴 지나가 보현산, 종지봉, 백마산, 보광산으로 맥을 이어가서 비교적 높고 유명한 산은 거의 모두 나열하였는데도 유독 가섭산의 이름만은 끝내 발견할 수가 없다.
‘아니. 이럴 수가...?’하는 의문과 함께 무슨 큰 보물이라도 잃어버린듯한 허탈감이 일순간 온 몸을 얼어붙게 하였다.
두 눈을 부벼대고 다시 윗부분부터 꼼꼼히 뒤져보아도 가섭산의 이름은 끝내 흔적도 없지 않은가!
음성군의 진산(鎭山)이며 고려 공민왕의 왕사(王師) 나옹화상(羅甕和尙)이 창건하였다는 고찰 가섭사(迦葉寺)가 정상 가까운 부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남한강 수계를 음성천과 신니천으로 갈라놓은 음성의 지붕 가섭산이 빠지다니...’
우리나라의 유명한 산을 꼽을 때, 금강산, 묘향산, 설악산, 한라산, 지리산, 오대산 등을 들추면서도 정작 국내 최고봉이며 민족정기의 상징인 백두산을 빼놓은 것과 같은 형국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명승지로 백두산을 빼놓을 수 없듯이 이 고장 음성군의 산 이름을 들출 때 가섭산을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유래비는 비록 큰 돈을 들여 우람하게 세워져 있는데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산 이름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빠져버린데 대한 실망감은 못내 쓴 뒷맛을 가시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실망감은 유독 나만이 느끼는 편협된 감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생각할수록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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