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시인

사각이는 시린 서리 깨물고

빛바랜 풀섶을 깔고 앉아

무엇 하나 줄 것 없어도 즐거운,

살림망 텅 비어도 낚아낼 것 많은,

한 시간이 지나고

아홉 날들 지나고

소리도 없이 밟고 지나온,

지나온 자리에서 다시 손잡아 끄는

다시 또 온다 해도 깊숙이 녹아내릴

이처럼 달콤하여,

죽음도 이처럼 아득하여

생과 사의 어느 중간쯤 허리띠 풀고

무엇에 낚였는지 깨닫지 못한 채

자신에 취해 이리저리 휘저은

 

늦가을 호수 속 저 무한의 깊이에다

천 년 전 사내와 여태껏 마음 드리우고 있는,

<이번주 감상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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