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옥

공장에서 막 나온 따끈따끈한 내 차를 멀쩡하게 두고 남의 차를 타고 모임에 갔다.

회원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뭐라 하는지 도무지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마음이 온통 사무실 앞에 세워둔 차에 가 있으니 그들의 말이 귀에 들리니 없다.

‘그 걸 살살 끌고 가볼까. 아님 남편에게 끌어다 달랠까.’ 순간 애물단지도 그런 애물단지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 나도 모르게 피싯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런 내 모습을 본 것일까. 앞에 앉아 있던 회원이 “실없이 웃긴, 왜 그래” 괜한 일을 저질러 놓고 속앓이를 한다고 말하니 그도 따라 웃는다.

운전면허를 딴 지 9년 만에 운전을 시작하면서 새 차를 구입했다.

운전이라곤 9년 전 운전을 배우면서 했던 게 전부인 내가 차를 운전하자니 겁이 나고 그냥 두고 가자니 밤새 차에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이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내 왕초보 운전은 시작됐다.

한번은 운전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돼서 생긴 일이다.

친정에서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진입을 하려고 했다. 좌회전을 하려고 좌측을 보니 교통경찰들이 교차로에 있었다.

안전띠나 신호위반을 단속하려나 싶어 당당하게 좌회전을 했는데 내 차를 잡았다.

속으로 안전띠도 맸고 딱히 신호등도 없어 이쪽저쪽 잘 살펴서 좌회전을 했건만 왜 그럴까 순간 졸았다. 그러나 경찰의 말은 중앙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중앙선? 그런 게 있었나?’ 뒤를 돌아보고 앞을 보니 그제서 황색선이 보였다.

오래전에 운전면허 공부를 했던 기억이 지금까지 생각날 리도 없고, 그동안 운전석 옆에서 운전하는 걸 유심히 보지도 않았다.

무색무취인 내가 도로교통법을 알리도 없지만 사실 머리 복잡한 건 딱 질색이라 관심도 없었다.

그러니 중앙선을 위반하고도 경찰관 앞을 당당하게 지날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결국 사정을 얘기하고 공부 열심히 하겠노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선처를 부탁했다. 그렇게 내 운전의 수난은 시작됐다.

2~3달을 시속 40~50km로 달렸다.

이 속도도 너무 빨라 어깨며 손이며 다리에 힘이 너무 들어가 30분만 운전을 해도 몸살을 앓은 것처럼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어떨 땐 운전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말았을 걸 후회한 적도 있었다.

요즘은 남자 운전자보다 여자 운전자가 더 멋있게 보이는 터라 욕심을 부렸지만 나에겐 턱도 없는 꿈이었나.

새 차만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포기 했을는지도 모른다. 남편에게 놀림당할까 두려움도 숨긴 채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러나 도로 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천천히 달리는 것보다 추월해 나가는 차들의 속도가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크락션을 울려 되질 않나 라이트를 켰다 껐다하질 않나 앞만 보고 가기에도 벅찬 나에게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꼭 그렇게 나의 미숙함을 알릴 필요까진 없는데….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폭력처럼 다가왔다.

<가섭산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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