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란

우리 집 베란다에서 들판을 내다보면 마음이 풍성해 진다. 들판에는 벼들이 무르익어 황금물결이 출렁거린다. 산에는 울긋불긋 조금씩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을 햇볕처럼 따뜻한 나의 남편이 생각난다.

며칠째 남편은 어깨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있다. 혼자 병원을 들리고 일을 하고 아이들까지 챙기느라 분주해서인지, 음식 만드는 것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아이들은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기 일쑤였고, 혼자 침대에서 잠이 들 때면 아무도 없음에 마음이 휑함을 느꼈다.

남편의 자리가 이렇게 크게 느껴진 적이 없던 것 같다. 평소 남편이 어깨가 아파서 잠을 설쳤다고 하면 꾀병처럼 받아들였고,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오히려 잔소리를 했었는데, 그런 어깨 때문에 수술을 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문득 수술하던 날이 생각난다. 수술하는 것보다 마취가 깨어나지 않을까 봐 몹시 걱정을 했던지 마취가 깨면서 나의 이름을 부르며 정말 내가 깨어났는지 비몽사몽간에 뽀뽀해 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병원의 간호사들이 신혼이냐고 묻는 말에 내 얼굴은 붉어졌다. 수술하면서도 식구걱정 때문에 큰 부담을 갖고 있었다는 남편의 말에 고마우면서도 측은하였다. 지금은 남편 혼자서도 생활할 수 있어서 집에 와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최근 나는 튼튼영어 지사를 열게 되었다. 남편의 손길 없이도 혼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 남편은 선뜻 많은 돈을 들여서 나의 사업자금을 대어주고 “당신은 할 수 있어. 뒤에 내가 있잖아.” 라고 말하며 격려를 해 주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고 많은 걱정이 앞섰는데 뒤에서 거목(居木)이 되어서 지켜주는 남편의 힘이 나에게도 전해와 자신감을 가지게 해 준다.

그 힘으로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하는 말이 있다.

“I Can Do It! 나는 할 수 있어. 밀어주는 남편이 있고 응원해주는 세 아이가 있잖아!” 이렇게 스스로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한다. 이 말을 하고 현관문을 나설 때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남편이 수술 잘 되고 나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에 감사하였다. 제발 아프지 말고 내 옆에 영원히 있어달라고 나는 남편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여보야. 감사해. 아무 걱정하지 말고 몸 건강히 퇴원했으면 좋게고 나를 믿고 밀어주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내겐 나를 사랑하는 당신이 있기에 정말 행복해요.”

<가섭산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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