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호 시인
길은 외길, 곁길도 샛길도 없는 여정
한 풍경이 둘로 갈라진다
닫힌 대문을 여는 일과 닫는 일
기차가 지나가면 채운 지퍼가 열리고
차창 밖 둘이 된 풍경은
채널 바뀐 듯 확연히 낯선 풍경
뱀이 제 몸을 볼 수 있는 것은
들판을 지날 때도 아니고 강을 건널 때도 아닌
산허리를 안고 돌 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은
배가 헤치고 간 흔적을 돌아다보는 미련
기차가 지나고 나면 지퍼가 채워지고
배 지나간 자국은 간 곳 없이 합쳐지고
화폭은 점점 페이드 아웃되어 사라져 간다
<이번주 감상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