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前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한 장의 달력은 마지막 잎 새를 떠오르게 한다.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고 푸르던 나무들은 잎이 지고 나목(裸木)되어 세모(歲暮)를 맞고 있다.

흐르는 물과 같은 게 세월이라 했고, 채근담(菜根譚)에는 부싯돌 불빛(石火光中)같은 게 세월이라고 했다.

한 해를 보내며 돌이켜보면 곳곳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해서 생명과 재산을 잃고, 안정불감증은 교통사고를 가져와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민초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 따라 목소리만 높이고 새해예산을 방치한 정치판의 모습은 우리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이제 한 해를 보내며 감회가 깊기도 하지만 세상사는 일들이 너무도 힘들고 어수선해 보인다.

어려워도 모든 일을 순리(順理)대로 풀어가야 할 텐데 순리와 법(法)을 무시한 채 목소리만 높이고 있으니 사는 게 더욱 어려워지고 힘든 한 해였다.

왜? 어찌해서 동방의 예의바른 나라로 칭송 받아 온 우리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줄 알고 큰 소리로 외쳐대고 삼강오륜(三綱五倫)은 온데 간 데 없고, 자식 손에 부모가 죽임을 당하는가 하면 핏덩어리 자식을 버리는 비정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가.

한 마디로 총체적(總體的) 위기요, 도덕 불감증의 극치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모두 일어서고 변해야 한다.

붕괴된 가정을 일으키고 오염된 사회를 정화하고,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에서 벗어나 부모는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학교도 사람을 사람답게 가르치는 인성(人性)교육의 도장으로 변해야 한다.

논어(論語)에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다.

이제 믿음을 바탕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도록 다함께 힘쓰고 큰 소리로 외쳐대고 이분법적(二分法的) 흑백논리로 문제를 풀어가지 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며, 역경(易經)에 부부자자 형형제제 부부부부이 가도정 천하정의(父父子子 兄兄弟弟 夫夫婦婦而 家道正 天下定矣), “아버지는 아버지 구실을 하고 자식은 자식 구실을 하며 형은 형 구실을 하고 동생은 동생 구실을 하며 남편은 남편 구실을 하고 아내는 아내 구실을 하며 가정의 도덕이 바로서야 천하가 안정 된다”고 했다.

갑신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 자기자리로 돌아가서 제 몫을 하며 미몽(迷夢)에서 깨어나 도덕성(道德性) 회복에 앞장서고 법과 도덕이 제 자리를 찾고 존중되는 사회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며 송구영신(送舊迎新), 기축년(己丑年)을 보고 희망찬 경인년(庚寅年) 새 아침을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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