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前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에서 예절이 바른 나라라고 칭송 받아 왔고, 신의(信義)를 인간관계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서구화의 물결 속에 전통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물질중심의 배금주의 사상과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생존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학교현장에서도 친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은 사라지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극심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기(史記)에 미생지신(尾生之信)이란 말이 있다. 옛날에 미생(尾生)이란 사람이 다리 밑에서 여자와 만날 것을 약속하고 기다려도 여자는 오지 않고 물이 불어나서 차오르는데도 약속을 지키려고 기다리다가 다리기둥을 안고 죽었다는 고사(故事)로 쓸데없는 것이나마 한번 맺은 약속은 굳게 지키고 융통성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날 우리는 미생(尾生)과 같이 우직하도록 믿음(信)을 중히 여기고 서로 신뢰하며 더불어 살아왔다.

벗과 사귐에도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붕우유신(朋友有信)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왔건만 오늘 우리는 남을 믿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학생들에게 어떻게 처신하도록 가르쳐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맹자(孟子)에 거이기(居移氣), 거주하는 환경이 바뀌면 기상(氣像)이 달라진다고 환경이 교육에 끼치는 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이나 사회에서 학생들이 보고 듣는 것이 어른들의 신의 없는 모습과 아침, 저녁으로 변하는(朝三暮四)생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특히 TV드라마를 보면 배신을 일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 다 보니 청소년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

논어(論語)에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다.

우선 기성세대가 이웃 간에 불신(不信) 풍조를 씻어내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서 청소년들에게 모르는 사람을 만나거나 접근해오면 경계하도록 가르쳐야 하는 불행한 현실에서 탈피해서 신뢰사회를 이루어 가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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