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 가회동 골목을 가게 되어 골목 모퉁이에 있는 “씨네코드 선재”앞에 영화 포스터를 보니 꼭 보고 싶었던 영화 “밀크”가 다섯 시에 한다는 걸 알게 되어 네 시간을 기다린 후 일곱 명의 관객과 함께 보았습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사년간의 사전준비 작업 후 만든 샌프란시스코의 게이로 시의원에 당선되어 그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8년간의 이야기를 다큐 형식으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할리우드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는 “숀펜”이 하비밀크역으로 열연하여 두 번째로 아카데미남우주연상 탄 영화로도 유명하지요.

70년대 보수적인 미국사회에서 잘 나가던 증권맨이 동성애자로 사회의 이단자로 질시 받던 시절 그들의 힘을 모아 법을 바꾸는 험난한 여정과 사랑이 아직도 우리에겐 낯선 그림이지만 이해할 수 있는 절규로 느껴졌습니다.

게이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카스트로’ 거리를 버스로 지나며 그들이 상징으로 세운 커다란 깃발이 펄럭이던 풍경을 보며 인상 깊었던 기억과 겹쳐 영화가 더욱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의견을 달리하는 “댄화이트’ 시의원이 쏜 총에 죽는 비극적인 장면이 처음부터 그것을 예상이라도 하듯 녹음기에 자신의 생각을 담는 장면과 겹쳐져 더욱 그러했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열린 생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둑한 거리를 빠져나오며 밀물처럼 흘러가는 사람들을 보며 영화에서 본 무수한 촛불이 왜 떠올랐는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를 쏟아 영화 하나를 건졌습니다.

<한명철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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