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남자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이준익 감독이 5년 만에 이번에는 칼잡이들을 몰고 와 허공을 칼로 그어대는 영화를 보여줍니다.

황정민, 차승원, 한지혜와 만든 조선 선조시대를 배경으로 썩은 조정을 몰아내고 새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꾸지만 나라엔 이미 왜구들이 쳐들어와 왕조차 궁을 버리고 떠난 뒤입니다.

죽이고 죽는 것이 허무의 정점으로 치닫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옆자리에 앉은 커플들이 영화보다 전화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연신 키고 꺼대는 허무한 기다림과 참 많이도 닮았습니다.

기다린 것에 비하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빈약해 기대하고 온 사람들을 실망 시켰습니다.

볼 만한 영화가 없어 한동안 극장을 가지 못하다가 감독이 보여주는 게 텅 빈 궁의 마당처럼 세상은 결국 빌 공자 영의 세계라는 걸 알고는 두 시간의 긴 여정이 웃음으로 막을 내린걸 알게 합니다.

해학과 웃음 사랑과 비극이라고 하는데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목처럼 그르믈 버서난 달처럼요.

그러나 번뜩이는 재치 있는 대사나 격렬한 칼싸움은 일 년 반의 제작기간에 애쓴 흔적임을 보여줍니다.

두 남자배우가 가진 능력을 뽑아내는 감독의 솜씨에도 이 감독의 노련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쉬어 이즈음 나온 “추노”같은 드라마가 보여준 솜씨에 닿지 못합니다.

세상이 비호처럼 변한다는 걸 잊은 걸까요. 어쨌거나 그가 시도한 것이 어떠한 평가를 받는가보다 그가 만든 이 새로운 창작품이 다음 작품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즐겁게 찍은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한명철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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