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前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를 맞게 된다. 벼슬의 임기가 다 참을 과만(瓜滿)이라고 하여 정년에 이름을 이르고 있다. 교육계에도 해마다 8월말이면 정년을 맞으시어 교단을 떠나시는 교육가족들의 뒷모습을 뵙게 된다.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 “청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보다 더 푸르고”, 빙수위지 한어수(氷水爲之 寒於水), “얼음은 물에서 나왔지만 물보다 더 차다”고 했다.

교육입국(敎育立國)의 마음가짐 속에 교직에 들어오셔서 학불염 교불권(學不厭 敎不倦)의 자세로 인사(人師) 길을 걸어오신 임께서 그 동안 부(富)도 권력도 명예도 뒤로 한 채 제자들이 스승보다 우뚝하게 자라는 출람지예(出藍之譽)를 보람으로 교단을 지켜오셨다.

50년대의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나려고 6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수립되면서 70년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것은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에 있었으며 인재양성은 박봉 속에서도 봄바람 가을비를 맞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교단을 지켜 오신 교육자의 노고에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진 못하리라.

그 동안 임께옵서 학생들과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하며 지내오신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세월들, 머리에는 흰 서리가 내리고 채근담에는 세월의 흐름이 빠름을 “부싯돌불빛(石火光中)같다”고 하지 안했는가?

지난날 스승은 제자를 사랑하고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며 인격적 결합 속에 지내왔건만 오늘의 교육현장은 “교사는 있으나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으나 제자는 없다”는 자조(自潮)섞인 말들이 나돌고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제 선배님들께서 교단을 떠나시는 뒷모습을 바라보니 계셨던 자리가 큼을 새삼 느끼게 된다.

6년 전에 청주고에서 교장으로 퇴임하던 날, 선생님께 ‘선생님들께서 아무 일없이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열심히 근무해 주셔서 오늘 내가 훈장을 타게 되었다’고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오늘 정든 교정을 떠나심에 그래도 건강하시고 교단에서 아무 탈 없이 떠나심이 영광이라고 생각된다. 울만은 청춘이란 시(詩)에서 “청춘은 어느 시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의 상태를 말 한다”고 했다.

지난 젊음은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모두 바치시고 60대에 자유인이 되셨으니 인생은 60부터라는 마음가짐 속에 지금까지 못하신 일들 하나하나 이루시며 늘 건강하시고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나날이 좋은날” 되시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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