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숙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저울에 올라간다. 잠자는 남편이 혹시라도 볼까봐 살짝 저울을 화장실 쪽으로 옮겨 놓고 살며시 올라가 본다. 살과의 전쟁을 시작한지 1년이 되어간다.

작년 지독히도 더웠던 날에 아파트 놀이터 앞에서 꼬마와 마주쳤다. 난 언제나 주민들을 보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를 한다. “안녕! 오늘 많이 덥지?” 꼬마가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자 옆에 있던 꼬맹이 엄마가 “이장님이 인사하시잖아. 안녕하세요. 해야지.” 그러자 꼬마는 잠시 쳐다보다가 “뚱뚱한 할머니다”라고 한다.

순간 난 머리를 도끼로 얻어맞은 듯 띵하였다. 엄청 큰 충격이다.

처녀 때 45kg을 넘지 않는 가녀린 몸매였던 나는 결혼을 하면서 야금야금 살이 붙기 시작했다. 이장을 보면서부터 다른 동네 이장님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술을 참 많이 마셨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살이 급속도로 붙기 시작해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혈압이 크게 상승하기도 했다.

작년 초부터 거울에 비친 내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 심해 보였다. 친구들도 만나면 살 좀 빼야겠다고 한 마디씩들을 한다. 그러던 참에 한 꼬마의 말은 내게 단단한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날부터 마음을 굳게 먹고 20kg감량 작전에 돌입했다.

절식을 돕고 지방을 분해해준다는 한약을 먹었다. 한약은 나의 체질과 잘 맞는 것 같다. 세 달을 복용하니 한약 없이도 절식이 가능해졌다. 한약복용을 멈추고 열심히 운동을 하고, 뱃살을 빼기 위해서는 그동안 다이어트를 시도하면서 배웠던 방법을 총동원했다.

몸무게는 감량이 많이 되었는데 뱃살은 만족할 정도로 빠지지 않아 뱃살 방에서 했던 복식호흡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복식호흡이란 숨을 들이마실 때는 코로 아랫배가 꽉 찰 정도로 들이마시고, 내쉴때에는 흐~~하면서 배가 들 가죽에 붙는 느낌이 들만큼 내시는 방법이다. 운전하면서 코로 크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흐’하면 목표를 정해놓고 그곳에 당도하기까지 숨을 토해낸다.

잠자기 전에는 다리통만한 참나무를 배에서 굴리다가 마사지기를 온열로 해서 배위에 놓고 잠을 잔다.

며칠 전 만난 조카가 “고모 정말 예쁘게 살 뺐네요. 이 씨 독한 것을 아빠 담배 끊는 것 보고 알았는데 고모를 보니 이 씨가 확실히 독하긴 독한가보네요” 한다.

독해서일까? 독해서라기보다는 나와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녁에 코앞에서 족발에 소주를 마시는 남편을 보면서도 먹고 싶은 자신과 먹으면 안 된다는 자신이 숱하게 싸웠던 것 같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무슨 일이든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꼭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아무리 올라서서 힘을 주어도 감량 전 보였던 숫자는 볼 수가 없다. 아마도 마음을 급하게 먹고 단시간에 감량이 많이 되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감량을 시작할 때 1년 계획을 잡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은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감량으로 인해 없어진 피부의 탄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한다.

살이 빠져서 늙어 보이면 안하니 만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젠 누구라도 나에게 살이 쪘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탄력이 없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저울에 올라가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가섭산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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