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

얼마 전 쓰레기 매립장을 견학했다. 시 외곽 산속이었고 입구에서는 느끼지 못할 만큼 조용한 곳 이었다. 가까이에 가보니 산허리가 움푹 파헤쳐진 구덩이로 많은 쓰레기들이 매립되고 있었다. 하늘은 파랬지만 산중턱이 붉게 속살을 드러내고 신음소리를 내는 듯 아파 보였다. 거대한 중장비로 쓰레기를 메우고 또 메워 가는 가운데 연신 반입되어오는 폐기물차량이 줄을 서고 있었다.

안내원을 따라 그곳으로 반입된 쓰레기를 분리하는 현장에 다다랐다. 역한 냄새가 코끝에 다가오는 중에도 일하는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종류가 많기도 하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배출해낸 것들이지만 쓸모 있는 것들은 재활용의 재료로 쓰여 지기 위해 분리 되고 있는 중이었다. 우선 드러나는 것으로는 폐비닐제품, 캔류, 유리종류 등과 그 외의 여러 가지였다.

그날이후 생활 속에서 변화를 갖기로 했다. 귀찮은 생각에 그냥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에 대해 돌아보기로 한 것이다. 거추장스러워도 주방 뒤뜰에 분리수거함을 만들어 놓았다. 내 작은 실천이 조금이라도 환경을 지켜가는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흐뭇한 기분이다. 종이종류라든가 폐비닐 등은 보관하기도 편하다.

음식찌꺼기는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알맞은 식단을 차리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버려지는 쓰레기를 매립 하고 소각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나 다이옥신이라는 유해물질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우리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자원의 절약도 버려지는 것에서 조금만 관심을 갖고 실천하면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라 생각하고 분리하며 모으기 시작했다. 일단 그 이후로는 버려지게 될 쓰레기의 양이 많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작은 실천도 환경을 아끼는 또 하나의 첫걸음이라고 보니 무언가 작은 성과를 거두어들인 듯 했다. 이쯤하면 나도 환경보호운동에 조금이나마 일조를 한 것이다. 이제는 가족들도 쓰레기를 분리하여 내놓는 습관이 자리 잡게 되었다.

분리함을 보면서 문득 나를 들여 다 본다. 내안에 있는 여러 가지 습관과 감정들도 분리하여 버릴 것과 모을 것을 생각해봐야겠다. 잘못된 사고와 행동이 있다면 찾아서 버리는 습관을 갖고자 한다. 무거운 욕심과 누구를 미워한 적이 있다면 홀가분히 털어내고 분토가 되어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비록 버려지는 것에서도 가치를 찾듯이 한구석 부족하고 못난 점도 쓸모 있게 새 모습으로 바뀌어 질 테니까.

오늘도 분리함을 들여다본다. 나의 삶속에서도 여러 가지가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부족하게 모아지는 부분이 사랑이었다. 작지만 쓰임새가 우리 삶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인 것이다. 삶의 시계가 오후를 바쁘게 가는 중이다.

남은 시간동안 버릴 것과 더할 것에 대하여 가치를 행하며 살아간다면 보다 청청한 세상이 다가오리라 믿는다.

<가섭산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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