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순

아이들이 하루 종일 뒤엉켜 놀고 있다. 마음먹고 청소를 해보았지만 이부자리라도 펴면 세 아들은 더 난리법석이다. 아무리 잔소리해도 남편까지 거들게 되면 아이들 웃음소리에 먼지도 나도 정신이 없다.

개구진 아이들의 몸엔 상처자국이 많다. 심장수술을 한 큰 아이는 가슴에 한 뼘 정도의 자국이 있고, 자전거 타다가 도랑으로 떨어져 이마에도 깊은 상처가 있다. 작은 놈은 오디오문에서 매달려 놀다가 유리문이 무너지면서 손바닥을 꿰매기도 하고 배꼽 탈장으로 수술까지 했다.

막내는 오줌 마렵다고 급히 화장실로 뛰어가다가 넘어져 머리를 다쳤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내리사랑이 진해서일까 엉덩이에 혹까지 생겨 수술한 막내 녀석은 조그만 상처에도 유난을 떤다. 사람들은 내가 아이들에게 곰살궂고 살갑게 하리라 믿는다. 삼형제를 키우다보니 그렇지 못한 날이 많은데도 말이다.

우연히 신문기사를 보았다. 17세의 소년이 보험금을 노려 어머니와 누나를 친구에게 시켜 살해한 내용이었다. 부모를 잃은 슬픔도 크지만 자식을 잃는 슬픔은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데 이렇듯 사고로 자식을 놓아주어야 하는 부모의 아픔은 또 얼마나 깊을 런지. 사고를 당하지 않았던 소년의 아버지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기사는 패륜아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사연이 있겠지 하는 마음에 씁쓰름했다. 어쩌다 그랬을까 궁금하면서도 나 또한 자식을 잘 키워야 함에 걱정이 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에겐 세 개의 화분이 있다. 저마다 크기가 다르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삶의 일부다. 아이들은 화분에 담겨진 흙만큼만 세상을 본다고 한다. 양분을 주고 사랑을 듬뿍 주고 싶다. 때로는 게을러서 남편에게 미룰 때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란다.

큰 아이는 화분의 크기를 바꿔 줘야 할 때가 됐는지 제법 바라는 것이 많다. 어떤 화분으로 바꿀지 고민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만 사회가 날로 어두워져 가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

청소년범죄가 늘어나는 요즈음엔 아이들의 행동만 탓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대화로 서로의 갈등을 줄여야 한다. 큰 녀석에 대한 기대가 많아서 일까. 잘못을 타이르기보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내고 내 감정으로 화를 낸다.

그러다보니 아이와 싸우는 날도 아이에게 험한 말을 할 때도 많다. 부모가 바라보는 시각이 자녀를 인도할 수 있는 거울이 되어야 함을 생각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조급함보다 느긋하면서도 따스함을 지닌 부모로서 당당한 모습을 찾아야겠다.

세상이 많이 시끄럽다. 한파와 합세를 한 듯하다. 정성들여 키워오던 화분에 상처가 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먼지가 풀풀 나고 집안이 어지러워도 아이들이 성장하면 소란스럽던 이 순간도 그리운 시간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봄을 기다리듯 세상 사람들이 더 많이 웃길 소망해본다.

<가섭산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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