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명예기자

이화영 명예기자
이화영 명예기자

 구제역 쓰나미가 우리나라 축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호남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을 구제역이 휩쓰는 상태다.

지난 두 달 동안 살처분된 가축만 해도 272만 마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소·돼지 5마리 가운데 한 마리꼴이다.

축산농가에 대한 보상금과 방역비용 등으로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해도 3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구제역 확산을 우려해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객들의 고향 방문을 비롯해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긴급담화까지 발표했다. 이는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국민의 협조를 당부하기에 앞서 당국의 초기대응 미숙에 대해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없다는 점은 유감이다.

한편, 구제역은 가축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잡고 있다. 현재까지 6명의 공무원이 구제역 방역에 동원됐다가 과로 등의 이유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충북에선 공무원 21명, 민간인 4명 등 25명이 부상당했으며, 이중 중상자도 8명에 달했다. 지난 24일 괴산군 공무원 김모씨가 방역초소에 물품을 운반하다 차량이 전복돼 크게 다쳤다.

21일에는 진천군 공무원 이모씨가 살처분 작업 중 굴착기 바퀴에 발이 깔려 수술을 받았다. 또 축산위생연구소의 공익수의사는 지난 11일 살처분 작업을 하다 소 발에 차여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음성군에서도 살처분 도중 소뿔에 받쳐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했지만, 턱없이 모자란 일손 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돼 구제역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무원들은 구제역 종식을 위해 가축 살처분, 방역초소 근무, 상황실 운영 등에 투입되면서 피로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여기에 본연의 업무까지 수행하면서 워크홀릭(walkaholic)에 빠진 상태다.

'구제역이 사람까지 잡는다.'라는 방역요원들의 푸념이 안쓰럽게 들리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게다.

구제역 방역에 일손이 모자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 읍․면의 이장협의회를 비롯해 의용소방대, 자율방재단, 새마을지회, 전문건설협회, 청년회의소 등 기관사회단체가 구제역 초소근무를 자청해 힘을 보태고 있다.

군민들은 떡, 과일, 컵라면, 방한용품, 성금 등 위로의 마음이 담긴 위문금품을 전달하면서 방역요원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음성군 인터넷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오른 '구제역 방역초소의 문제점'이란 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이 글은 방역 초소에서의 음주행위를 지적하고 있다.

관련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오르자 글쓴이를 옹호하는 글도 더러 있었지만 대체로 "춥고 힘든 환경에서 술 한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방역 초소 근무를 자원한 사회단체원인데 추운 날씨에 바닥에 얼어붙은 얼음을 삽으로 퍼내다 보면 한잔할 수도 있는데 너무 매도하는 것 같다."라고 질타했다.

어떤 누리꾼은 "농사일하면서 힘들다고 막걸리 한잔하는 것도 씹을 것이냐"고 했고 "차 몰고 가다가 추운 날 방역 초소 근무하는 친구에게 고생한다고 소주 2병 사 준 것도 죄가 되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섣부른 글 한 줄이 음성군의 명예에 깊은 상처를 줬으며, 시간과 돈을 투자해 자원봉사에 나선 기관사회단체 관계자와 관련 공무원들에게 지우지 못할 주홍글씨를 남겼다.

잘못이 있다면 비난마다 마땅하다. 하지만, 전후 사정을 살피지 않은 경거망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이번 글이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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