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호 시인
봄을 타는지 입맛이 없다
보리밥을 비벼먹는 것이 입맛 돋구는 데 최고
냉이 씀바귀 넣고 썩썩 비비면
나물은 끼리끼리 꼬이고 엉키면서 내외를 한다
서서히 대립과 갈등이 야기될 즈음
싱싱한 상추에 하루나까지 버무려도
어울리지 못하는 낯가림
오히려 펄펄 살아서 패 가림을 부채질 한다
긴장은 고조되고 세력 간의 다툼이 극에 달하면
중재자가 있을 법한데
뜨거운 된장에 매운 고추장 넣자
발악은 잠시 소강상태가 되고
참기름 몇 방울에 숨었던 밥알 윤기가 돌며
제압에 나선다 할퀴고 찔려 범벅된 아수라 전장
산다는 것이 그렇게 처절한 것일까
비벼 먹는 동안 참 많이 생각했다
<이번주 감상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