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前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꿈이 있고 내일이 있기에 우리는 어려움을 딛고 오늘을 살아간다. 지난날 청운의 꿈을 품고 중앙부처에 행정직 국가 공무원으로 발령을 받은 후 네 차례나 전직을 했던 내가 충주시 가금 중학교에서 충주 중학교로 발령을 받고 이임 인사를 하던 중 목이메어 말을 잊지 못하고 울음바다가 된 학생들을 뒤로 한 채 떠나던 날, 가르치는 게 얼마나 보람된 것인가를 체득하게 되고 교직자로 정년을 맞게 했다.

순자(筍子)의 권학편(勸學篇)에 청출어람이청어람(靑出於藍而靑於藍), ‘푸른 색은 쪽풀에서 나왔지만 쪽풀보다 푸르고’, 빙수위지이한어수(氷水爲之而寒於水), ’얼음은 물에서 나왔지만 물보다 차다‘고 하여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남‘을 이르고 있고, 청출어람(靑出於藍) 또는 출람(出藍)이라고 한다.

교사는 사표(師表)요, 동일시(同一視) 대상으로 교사의 언행은 학생들의 언어 모형, 행동준거, 가치관에 영향을 주어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맹자(孟子)에 군자삼락(君子三樂),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부모가 생존해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째 즐거움이요, 위로는 하늘에 아래로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게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 번 째 즐거움이지만 왕노릇 하는 것은 군자삼락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우수한 제자들이 명문대를 졸업하고 성공한 모습을 보면 출람지예(出藍之譽)의 보람을 느끼지만 그 보다도 학창 시절에 성적이 부진하거나 청소년기의 갈등으로 어렵게 졸업한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여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더욱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청주고 교사시절의 제자가 청주고 교장으로 재직할 때 교장실로 전화를 해 왔다. 졸업 후 앞을 못 보게 되어 자살의 문턱 까지 갔으나 용기를 내어 안마사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제 정년을 맞아 교직을 떠났지만 제자들 중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되었다. 자치통감에 ’경사(經師)는 만나기 쉬워도 인사(人師)는 만나기 어렵다‘는 말이 떠올라 지난 세월들을 되돌아보며 스승의 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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