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시인

 
 

꽃동네에서 제 12회 음성품바축제를 맞아 “노숙인에게 사랑과 희망을”을 이라는 주제로 노숙인 초청행사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을 들어서는 노숙인들의 얼굴에는 삶의 피로에 지친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두 줄로 서서 그들을 반기는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박수에 상기된 얼굴들도 눈에 띄었다.

더욱이 오웅진 신부와 신상현 수사가 사랑의 연수원 문앞에서 이들 노숙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반갑게 맞아주자 이들 중에는 개선장군처럼 두손을 번쩍들어 답례를 하듯 모처럼 들뜬 감정을 숨기지 않은채 드러내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더욱이 이들을 맞기 위해 수녀와 수사들이 합창을 통해 “만남”을 노래하고 윤시몬 수녀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이들을 위해 안내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꽃동네에서 서울역 대합실 등 노숙인들이 기거하는 곳을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전개해왔지만 노숙인 1천여명을 꽃동네로 초청해 행사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더욱 깊게 느껴졌다. 이들 초청된 노숙인들은 서울,인천 등 경기도 일대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자원봉사를 자처하고 나서 일대일 맨토처럼 노숙인들과 함께 어우러졌다.

노숙인들은 오웅진 신부로 하여금 꽃동네 설립의 단초를 제공한 거지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삶을 꾸민 영상물을 상영하자 쥐죽은듯 조용한채 눈시울을 글썽이는들도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

자신도 걸인으로서 일본에 끌려가 모진 고문으로 정신장애를 앓고 있으면서도 길거리에서 배가고파 죽어가는 걸인들을 위해 금왕읍 무극천 다리밑으로 업고와 보살피고 동냥으로 끼니를 거르지 않게 한 삶의 내용을 보면서 진한 울림을 느끼는 듯 했다.

오웅진 신부가 홍승옥 시각장애인 부부를 무대에 함께 올라와 최귀동 할아버지에 대한 삶을 회상하는 가운데 “어떡하면 이세상에서 한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어려서부터의 소망” 이라며 “최귀동 할아버지처럼 이타주의적 삶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문화가 확산되어가야 한다” 고 말하자 뜨거운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을 위해서 사회통합위원회, 한국자원봉사 협의회, 인간성 회복운동 추진위원회, 서울 농수산물 공사,한국자원복지재단,경기교육 자원봉사단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자존감 회복과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전개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 취업상담등을 마련해 사회 복귀를 도왔다.

노숙인들 중에 노숙인이 되고 싶어 노숙인이 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숙인들이 증가하게 된 것은 IMF의 이후 급격히 증가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너지면서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가정해체로 인한 안정적인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길거리에 나앉는 이들이 증가하게 됐다.

노숙자의 문제는 노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이다 정부의 공식통계로 노숙자는 4천5백여명의 집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질서를 위하고 노숙자 자신을 위해 노숙행위는 막아야 한다. 노숙기간이 길어질수록 본인은 재활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잃고 점점 더 심신이 쇠약해 절망의 늪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꽃동네에서 이번 제 12회 품바축제를 맞아 추진한 “노숙인에게 사랑과 희망을” 프로그램은 사회의 양극화로 치닫는 병폐를 극복하고 더불어함께 사는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인류애를 향한 침묵어린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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