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태<소설가 본사편집위원>

지난 시월 이십 오일 늦은 일곱 시 설성공원 앞 ‘청소년 문화의 집’에선 때마침 잔잔한 음악과 함께 시를 읊는 낭낭한 목소리가 가을 밤을 흔들고 있었다. 부윰한 수박등 불빛에 빗겨 흐르는 노란 은행잎이 더욱 정치를 돋구었다. 이 날이 바로 문협음성지부가 주최한 ‘가을詩 낭송의 밤’이었다.
특히 국민들은 요 몇해 동안 정치적 불안과 경제난, 그리고 각종 부정부폐로 인해 꿈과 희망을 잃고 실의와 좌절에 빠져있다.
이런 때 삶의 시련과 좌절의 늪에서 헤어나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새로운 삶, 새로운 의욕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이겠는가?
그 기회가 바로 한 편의 시, 한 줄의 글을 접했을 때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처럼 군민이 함께 한 ‘가을 시 낭송회’는 참여자들로 하여금 자기 생활을 진솔하게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된다,그리하여 변화된 삶의 모습을 통해 바쁘고 복잡한 삶의 일상에서도 자신들이 살아가는 삶의 목적과 가치와 희망을 재 발견함으로써 오늘의 인생살이가 향기로와 질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은 언제나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명제를 던져준다.
문학이란 예술은 그 것을 접하는 사람에게 모순된 현실과 부정과,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양심의 갈등과, 절망감과 회의로 부터의 탈출로 심리적 안정을 누리고 평온한 정서를 만끽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 음성군민의 대다수는 흙을 일구고 씨뿌려 가꾸어서 먹거리를 거두어 살아가는 농민이거나,아니면 군소 기업 경영이나 조그마한 상점 하나 쯤 운영하며 삶을 영위해 가는 농촌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도 아무리 부족함 없는 물질로서 富를 향유한다 하더라도 늘 마음의 한 구석에 채울 수 없는 허무와, 영혼에 대한 그들 만의 고뇌는 지워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점에 기여코자 벌인 행사가 이번에 펼친 ‘가을 시 낭송회’였고,이 행사에 참여한 인사들 역시 각양각색이어서 더욱 이채로웠다.
으레 이런 행사에는 각급 기관장들이 축사니 격려사니 하며 너즈레한 인사말이 있기 마련이나 이 날의 행사는 일절의 군더득지 없이 모두가 행사 속으로 파고 들어 멋진 잔치를 벌였음에 행사의 소중함과 본뜻이 무엇이었던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수필가 강희진씨의 사회로 미당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를 낭송해 준 정상헌 군수, 최석희의 시 ‘낙엽’을 낭송해 준 최관식 군의회의원, 반영호의시 ‘풀이되어요’를 낭송해 준 김소정 도의회의원 등의 직접 시낭송 참여는 문학이란 매체를 통해 군민화합의 한마당으로 이끌었고, 지도층의 참모습을 보여주어 흐뭇했다는 세평이다.
이 같이 민과 관이 함께하여 문학을 이해하고 즐기고 향유하며 나아가서 창조하는 행위는 權座에 앉은 왕의 권위 보다 더욱 고귀하고 위대함을 이런 소박한 문학 행사에서 찾아 볼 수 있을 때 만이 .가능하다.
이 날 시낭송회는 중견시인 반영호씨의 개최 취지말에 이어 수필계의 대가 반숙자씨의 자작시 ‘裸木’, 중진시인 증재록씨의 자작시 ‘님을 기다리며’, 시인 이석문씨의 자작시 ‘메주’ 등이 낭송되어 격조 높은 詩情에 많은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아울러 필자도 구상의 시 ‘이무영 추모송’과 자작시 ‘그 연작’을 낭송했고, 수필가 유대준씨가 소월의 ‘진달래꽃’을,성모병원 박성석 과장이 역시 소월의 ‘초혼’을 낭송해 분위기는 한 층 무르익어갔을 때 잠시 휴식 겸 김유숙씨 등이 전시한 시화 관람을 한 후, 다시 시낭송은 최석희씨의 사회로 제2부가 이어졌다.
한기연, 주상보, 박재분, 권순갑 등 신진 시인들의 자작시 낭송과 더불어 수필가 민경자씨 외 남재영, 홍선미, 이원익, 김영옥 등 제씨의 시 낭송을 마감하자 최병오씨의 지휘로 ‘사랑으로’를 합창해서 ‘가을시 낭송회’는 막이내려졌다.
끝으로 이번 행사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둥그레 동인>, <길문학 동인> 등과 기성시인이 함께한 시화전에서 좀 더 그림과 글씨에 세련미를 보여줘 시가 한 층 더 돋보이게 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테고, 둘째로는 타작시의 낭송일 경우 낭송자의 사전 의견을 조율해 시를 듣고 감상하는 분들에게 보다 친근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낭송시를 선정했더라면 더욱 좋았으리라는 後日譚이었다.
어쨌던 우리는 이번 ‘가을시 낭송회’를 통해 문학이란 문화는 우리의 몸과 정신에 새로움과 청순함을 채워주는 자양이 되고, 우리의 영혼을 늘 새로운 것으로 지향케 하는 이정표가 됨을 실감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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